탈북민 월북에 개성시 민방위도 ‘비상동원’…보름간 훈련 진행

교도대·노농적위대 비상소집해 야간행군 등 실시…주민들 개별 식량 마련에 불만 표하기도

최룡해_개성_코로나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개성시를 찾아 비상방역사업을 점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0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최근 발생한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군사분계선 지역인 개성특별시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교도대와 노농적위대 등 민방위 병력에 비상동원체계를 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정부는 이번 월남도주자 사건에 개성시 내 로농적위대를 비롯한 민방위군에 비상동원체계를 선포하고 전시와 맞먹는 훈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시 당위원회 민방위부는 상급의 지시에 따라 지난 26일 자정 12시 개성시 내 기관기업소 산하 교도대와 노농적위대 등 모든 민방위 병력에 15일분의 비상식량과 생활용품, 위장망, 목총 등을 무장하게 한 후 불의의 인원 및 준비상태를 점검하는 비상소집을 일으켰다.

북한 당국은 민방위 병력을 집결시켜 필수용품 검열을 진행한 뒤 8km 야간 행군을 실시하는 한편, 불순분자의 침입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개성시 내 주변 산들을 모두 수색하도록 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 당위원회는 이 같은 훈련을 보름간 반복한다고 지시하면서 훈련은 중앙의 민방위부가 직접 내려와 지휘하고 전면적인 검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정부는 이번 훈련이 노동신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월남도주자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강조했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 속에서 탈북민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 특히 가정 내 교도대원이나 노농적위대원이 있는 세대에서는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보름치 식량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이고 더욱이 전시태세 기간에는 장사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어, 15일분의 식량을 마련하는 일은 주민들에게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북한 당국은 탈북민 월북 사건이 발생한 뒤 보위부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항상 혁명적 경각성을 가지고 적들의 침투현상을 제때 발견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철저히 세워 조국의 안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주민 대상 정치선전을 진행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 26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전날(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개성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동시에 국가비상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했다.

앞서 본지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월북한 탈북민이 자진신고로 붙잡혀 현재 개성시 보위부 구류장에서 격리된 채 일차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서부전선 전연지대를 담당하는 2, 4군단 최전방 부대들에 중앙의 합동검열조를 파견해 대대적인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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