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에 생활총화가 뭐 그리 중요하냐” 청년동맹원 말 때문에…

거슬리는 발언 보고했다가 일 커져…전원 불려가 지적 받고 초급단체 위원장은 비판서까지 작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29일 황해남도 봉천군 황룡농장에서 모내기를 적기에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의 한 농장에서 농번기 작업에 밀려 생활총화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해당 농장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초급단체에 소속된 동맹원 전원이 구역 청년동맹에 불려 가 지적을 받고, 초급단체 위원장은 비판서를 작성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지난 13일 청진시 송평구역의 한 농장 청년동맹 초급단체에 소속된 동맹원들이 구역 청년동맹에 불려 가 강한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해당 청년동맹 초급단체는 모내기와 애벌 김매기 등 농번기 작업 일정에 밀려 정기 생활총화를 여러 차례 생략했다. 문제는 초급단체 위원장이 동맹원들에게 생활총화 노트 정리를 독촉하는 과정에서 한 청년이 내뱉은 말에서 시작됐다.

이 청년은 “한창 농번기에는 아궁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는데 생활총화가 뭐 그리 중요하냐”, “생활총화도 결국 일을 잘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생활총화 자체에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초급단체 위원장이 그의 발언을 상급 조직인 구역 청년동맹에 보고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초급단체 위원장도 농번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생활총화를 여러 차례 생략하고 노트 정리만 해두게 하면서 넘어가려 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한 청년이 불평불만하자 위원장이 빈정이 상해 상부에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구역 청년동맹은 해당 초급단체가 사상교양 사업을 소홀히 했다고 보고 청년동맹원 전원을 소환해 집단 총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동맹원들은 정기 생활총화에 성실히 참가하지 않은 점과 조직생활을 형식적으로 대했다는 점을 지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역 청년동맹의 요해(조사) 과정에서 해당 청년동맹 초급단체의 운영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소식통은 “구역 청년동맹에 불려 간 일부 청년들이 ‘위원장이 생활총화는 기록만 해두라고 했다’, ‘토론도 몇 명만 하고 형식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 입장에서는 동맹원들의 사정을 봐준다고 생각했겠지만, 요해가 시작되자 청년들이 위원장을 감싸기는커녕 그동안의 운영 실태를 그대로 이야기하면서 결국 책임이 위원장에게 돌아갔다”며 “결국 지난 20일 위원장이 비판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동맹원들의 편의를 봐주려 생활총화를 어물쩍 넘어가던 중 한 청년의 거슬리는 발언을 상급에 보고했다가 오히려 위원장 본인이 더 크게 문제시된 셈이다.

이번 일을 두고 청년동맹원들 사이에서는 “위원장이 괜히 일을 키웠다가 비판서를 쓰게 됐다”, “사정을 봐준 일도 결국 문제로 돌아왔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북한에서 생활총화는 자신의 평소 생활과 사상 상태를 돌아보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 또는 상호 비판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당국은 이를 사상 이완 차단과 조직 규율 확립을 위한 중요한 사상교양 사업으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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