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고문받은 한국인, 김영환 말고 더 있다”

중국이 31일 북한민주화운동가 김영환씨에 대한 고문 사실을 공식 부인한 가운데, 과거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던 인권운동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내 탈북자를 제3국으로 피신시키는 일을 하다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옌지(延吉) 간수소에 구금됐던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데일리NK에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은 기본이며,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옆방 죄수를 구타하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혐의 내용을 시인하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함께 활동했던 한국인 동료 중에는 중국 간수들로부터 곤봉으로 얻어 맞는 경우도 있었고, (간수들이) 같은 방에 수감돼 있는 중국인 죄수들을 사주해 집단 폭행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김영환 씨에 대한 고문 실태를 들어보니 (중국 공안이) 탈북자들을 고문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면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모 단체 관계자도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북한 인권운동가들에게 강제구금 및 가혹행위는 아주 일상화 된 것”이라면서 “김영환 씨가 구금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곧 가혹행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인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중국 측의 인권침해 사례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무관심과 중국 공안당국의 협박으로 피해자들이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대표는 “한국인에 대한 고문이나 가혹행위는 (김영환씨가) 처음이 아니다”면서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들은 자신이 당한 인권 침해 사안을 폭로할 경우 중국 공안당국이 현지 중국인 조력자들에게 보복할까봐 두려워 그냥 묻어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환 씨 역시 귀국 직전 단둥 국가안전국장으로 부터 “고문받은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 우리는 당신 일행 말고도 한국인을 더 구금하고 있다”는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상헌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한국인 운동가들에 대한 중국당국의 인권침해에 대해 우리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핑계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거나 주중 한국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항의를 하는 등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안별로 중국으로부터 적절한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부가 제대로 항의 한번 하지 않으니 중국의 공안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국인은 막 다뤄도 별일 없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해졌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제일 좋은 방법은 한중 정부가 만나 재발방지에 합의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중국에게 외교적 부담감을 안겨줄 것”이라면서 “NGO들을 주축으로 중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이사국이라는 점을 이용, 국제적인 압박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문 문제는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의 협조를 구하거나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에 문제제기를 통해 중국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