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돈 매매 금지, 주민에도 ‘불똥’… “충전 카드 무용지물”

소식통 "北, 피해 보상엔 시큰둥...송금·결제, 은행 전자결제 카드 대체에만 '골몰'"

손전화기를 구매하고있는 북한 주민들.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의 급작스러운 휴대전화 통화요금(전화돈) 매매 금지 조치로 돈주(신흥부유층)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상당한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통화요금 매매 금지에 대한 포치(지시)가 내려온 날 오후부터 통화 시간 충전이 안 됐다”면서 “이런 소식을 모르고 전화카드를 산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지시가 내려온 날 오전까지 전화돈을 통화 시간으로 전환한 사람들을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오후부터는 충전이 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앞서, 본지는 북한 당국이 ‘개인 장사’ 근절을 명분 삼아 전화돈 매매를 금지하면서 돈주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최대 5000달러 손해”…전화돈 매매 금지에 돈주들 ‘패닉’)

소식통은 “포치 내용을 모르고 전화카드를 산 사람들이 기존 방식으로 통화 시간을 충전하려 했지만 불가 통보문(문자메시지)을 받았다”며 “이들은 적게는 20달러(한화 약 2만 2천 원)에서 많게는 100달러 치(한화 약 11만 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본지가 조사한 지난달 말 평양의 달러 환율과 쌀 가격을 기준으로 이들이 피해를 본 금액으로 북한에서는 쌀 약 39~195kg을 구매할 수 있다.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돈이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주민들은 판매자를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전화 시간 충전이 되지 않자 주민들이 전화카드를 판 사람을 찾아가 항의하고 싸우는 일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판매자들도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조치가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무용지물 된 카드를 산 사람들은 돈을 돌려주거나 아니면 (판매자 집에서) 그만한 값의 재산(물건)을 들고 가겠다는 입장이다”면서 “전화 카드를 판매한 돈주들은 ‘국가에 손해 배상받아라’ ‘책임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물건을 팔고 있는 장사꾼이 손전화를 보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제공
당국은 환불 불가만 되풀이…피해액 보상도 ‘나몰라라’

북한 당국도 환불 불가 입장을 보이면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전화카드 판매자들도 전화카드 이용 불가에 국가기관에 항의하러 갔지만 소용없었다”면서 “기관에서는 아래(실무단위)에서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체신소 등 관련 기관에서 이번 조치가 국가 정책적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들 차원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으며 관련 규정이 없어 피해액도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송금·결제, 은행 전자결제 카드로 대체 시도에 주민들 “두 번 속냐”

한편, 북한 당국은 전화돈이 차지하고 있던 송금·결제 역할을 은행 전자결제 카드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관련기사 : 북한판 핀테크 ‘전화돈’ 유행…간편 송금·결제도 가능)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지능형손전화기용(스마트폰) 프로그램(앱)을 설치하고 국가 무역 은행들이나 주요 지방은행들에 (체크) 카드와 연동해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은행 카드를 쓰라는 이야기는 결국 국가 은행에 돈을 넣어 두고 쓰라는 말이다”면서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화폐교환(화폐개혁) 때 국가에 철저히 속임 당해 왔다고 생각해 돈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보다 금고나 궤짝 속에 딸라(달러)나 비(중국 위안화), 엔화로 건사하는 편이 낫다”면서 “절대 국가은행이나 저금소를 믿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개인 거래를 통해 유통되던 현금 흐름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화폐개혁 이후 금융 기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주민들이 전혀 호응하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