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난 5월 29일 북-일간 합의에 따라 7월 4일 일본의 독자 제재대상인 인적 왕래 규제, 일정금액의 대북 송금 보고 의무화, 선박 입항 금지 등을 해제했다. 쌍방은 스톡홀름 합의문에서 납치문제가 해결되면 ‘불행한 과거’도 청산하고 국교정상화까지 할 의사도 밝혔다.
7월 4일 대북제재 해제로 막혔던 쌍방 간 인적·물적 교류가 일부 트이면서 북한 지도부의 조총련에 대한 영향력도 어느 정도 강화될 전망이다. 조총련은 1955년 출범 후 주일 북한 대사관 기능을 하며 북한의 대남 간첩침투로 겸 침략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아베 신조 일본정부가 북한 김정일 정권이 수년 동안 납북, 인질로 억류하고 있던 일본 국민들을 구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국민보호 차원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2002년 평양을 방문, 김정일과 피랍 일본인 송환을 위해 협상했으며 그 결과 5명의 일본인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북한 측의 잇따른 속임수와 합의사항 위반으로 일본정부는 더 이상 납북자들을 데려올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납북자문제와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은 중단됐다.
북-일합의와 대북제재 일부 해제는 핵무기 개발과 인권탄압으로 깡패국가로 고립된 북한과 역사왜곡과 영토문제로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왕따’당한 일본이 탈출구를 찾는 수단으로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북한은 아무 조건 없이 일본인 납북자들을 하루빨리 돌려보내는 것이 인도주의 원칙에 합당하다. 김정은은 일본 납북자들을 돌려보내는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한편 고립에서 탈출하려고 아베 정권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베 정부는 범죄 집단인 북한과 협상할 때 몇 가지 중요사항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 아베 정부는 아무리 인도주의문제라 해도 절대 북핵용인과 납치문제를 맞교환해서는 안 된다. 북핵과 미사일문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그리고 범세계적 평화, 안보문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일본이 일부제재를 해제한 것은 한·미·일 북핵공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방사포와 스커드 미사일 등을 다섯 차례 발사한 것도 한·미·일 공조에 틈을 내려는 전략이다.
둘째,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보아 아베 정부가 북한의 상습적 납치와 인질외교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은 유일지도체제이기 때문에 협상 도중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깨고 협상 테이블을 뒤엎을 수 있다.
셋째, 아베 정부는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2002년 김정일-고이즈미 평양선언에 따라 2004년 11월 요코다 메구미 씨의 가짜 유골을 일본에 제시했다가 들끓는 일본의 반북(反北)여론에 부딪혀 추가협상이 중단되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절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임을 실증한 수많은 증거 중 하나일 뿐이다. 북한이 납치와 인질을 일삼는 범죄 집단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조총련과 합세해서 범한 여러 건의 대형 사건들에서도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북한은 1955년 악(惡)의 소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결성,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총 9만 3340명을 북한으로 데려갔다. 그 중 6839명은 재일교포와 결혼한 일본인 여성 및 그 자녀들이었다. 그때 만경봉호를 타고 북송된 재일교포들은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조총련의 감언이설에 속아 사실상 납치를 당한 것이다. 송환동포들을 기다린 것은 인간 생지옥뿐 자유도, 풍요로움도 없었다.
북한은 사회주의라는 미명 아래 송환동포들의 전 재산을 몰수하고 일본으로의 입출국과 서신 연락조차 금지했다. 저항한 자들은 정치범수용소행 아니면 처형대상이었다. 송환동포들은 김일성의 주구(走狗)인 조총련의 선전공작에 속아 ‘귀국선’을 탔지만 그들은 생지옥에 갇혀 영영 빠져나오지 못하고 노예생활로 신음하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북송작업은 ‘귀국’이라는 미명아래 범한 북한의 반인륜적 납북인질범죄였다.
조총련은 일본인들을 납치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1977년 11월 15일 당시 13세 소녀 요코타 메구미의 납북이었다. 일본경찰이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한 이 사건은 1991년 대한항공기(KAL) 폭파범 김현희가 자신의 일본화(化) 교육을 담당했던 ‘이은혜’가 납치된 다구치 야에코라고 증언하면서 일련의 실종사건들이 북한에 의한 납치사건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1978년 한 해에만 다구치 야에코 등 총 17명이 조총련에 의해 납북되었고 일본 민간단체에 따르면 납북숫자는 수백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조총련은 김정일과 함께 1987년 11월 29일 승객, 승무원 등 115명의 생명을 집단학살한 대한항공기(KAL기)폭파사건의 공범이기도 하다. 조총련이 그때 북한 공작원이었던 김현희와 김승일에게 각각 하치야 마유미와 하치야 신이치라는 이름의 위조여권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KAL기 공중폭파 테러는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총련의 반일(反日), 반한(反韓) 범죄행각은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 8월 한국에서 체포된 여간첩 원정화는 2007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본을 3차례 방문하면서 조총련 산하단체 간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북한 대외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지금도 수많은 조총련 조직원들이 가입해 김정은 3대 세습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고 한일(韓日)에 대한 ‘총폭탄’ 공격을 다짐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납치문제를 고리 삼은 북-일관계 개선이 북한과 조총련으로 하여금 일본 내 범죄공간을 보다 광범하게 확대해 대남침투와 납치범행을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이번 대북 송금규제 완화 등 제재해제가 유엔의 집단적 제재로 경제적 궁핍에 몰린 김정은 호전광 손에 현금을 쥐여줌으로써 한·미·일을 겨냥한 핵무기증강과 미사일개발로 되돌아올 자승자박의 패착이 된다는 것도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만약 일본이 ‘인도주의’ 명분 아래 후속 대북제재 해제를 이어간다면 한·미·일 공조를 깨는 동반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김정은이 대북제재 해제로 얻은 군자금으로 핵무기고 증강과 납치의 마수를 확대함으로써 이를 2차, 3차 약탈 수단으로 악용할 위험성이 엄청 크다는 점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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