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꽃제비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 부랑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상무조’를 조직해 대대적으로 꽃제비 단속을 벌여왔고 노인 부랑자에 대해서는 주민등록 조사를 거쳐 양로원에 들여보내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주변 등에서는 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부랑자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련기사 보기: 北, 김정은 ‘심려 말씀’에 전국 노인 부랑자 조사 사업 나서)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폐쇄로 북한 내부 경제가 위축되면서 주민 생활이 어려워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대도시에서 노숙 아동(꽃제비)을 포함해 노숙자 수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국경폐쇄 조치에 내부의 식량 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제재를 재고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 당국이 식량 문제와 관련해 재정 자원을 우선 할당하고 현장에서 제한 없이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데일리NK는 북한 양강도 주민과 황해북도 사리원 출신으로 지난해 국내 입국한 한 탈북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내 부랑자 증가 추세 등 현재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다음은 북한 양강도 주민과 황해북도 사리원 출신 탈북민과의 일문일답>
-북한에서 꽃제비, 부랑자들을 쉽게 볼 수 있나?
북한 주민(이하 A): 올해 많아졌다. 전에는 단속을 해서 안 보이더니 지금 다시 늘어나고 있다.
탈북민(이하 B): 작년에 특히 늘었다. 관심이 없다 보니까 몇 명인지는 세어보지 않았는데 이전과 비교해서 4~5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 시장이나 역전에 보면 새까만 아이들이 몰려다닌다.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슷한가?
A: 고난의 행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꽃제비는 꽃제비다.
B: 고난의 행군 때 보다는 적다. 그때는 장사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꽃제비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 장사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많이 없어졌다. 제재가 시작됐어도 그럭저럭 살았는데 작년부터 하나둘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부랑자들은 주로 아이들인가?
A: 노인 꽃제비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직장이 없어 벌이가 없는 데다 생활이 어려워진 자식들에게도 기댈 수 없는 이들이다.
B: 저쪽(북한)에 있을 때 단천, 청진, 원산, 해주, 함흥 등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장사하며 봤는데 나이는 제각각이다. 어린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많다.
-꽃제비, 특히 노인 부랑자들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A: 당연히 경제다. 지금 아이들을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제 자식도 못 건사하는 판에 노인들까지 챙길 수 있겠는가? 노인들은 식량만 축낸다는 인식이 많으니 자식들 입장에서는 노인들이 어디로 가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다. 또 지금의 풍토는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식량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사가 아무리 잘됐다고 해도 일한 사람만이 손에 쌀을 들고 갈 수 있다. 군관 가족들도 일하지 않으면 식량이 없다. 하기야 위(북한 당국)에서 쌀 많이 모였다고 백성들 나눠준 적 있나? 어쨌든 이런 마당에 버려진 노인들도 있지만, 자식들에게 기댈 수 없어 스스로 집을 나온 노인들도 있다.
B: 제재가 주민의 생활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도 버리는 세상이 왔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면?
A: 개울가에서 플라스틱 주우러 돌아다니는 노인들도 발 얼지 말라고 장화를 신는다. 입을 것 입고 다 한다. 노인 꽃제비들은 더럽게 안 다닌다. 깨끗하게 하고 다닌다.
B: 요즘에는 꽃제비 생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무리 중에서도 건장하고 깨끗하게 다니면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종으로 부려 먹는다. 재워주고 먹을 것도 주고 적은 돈이라도 쥐여 준다. 이렇게 돈 있는 집에 하인처럼 들어가는 사람들도 몇몇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