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對 윤석열 (Ⅱ) : 『윤-바 선언』을 준비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국민의 힘 제공, 바이든 트위터

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기후 위기,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 평화와 공존공영을 선도해 나가야 할 미·중·러 등 강대국들이 사생결단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심화와 같은 구조적 난제(難題),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질주와 선전전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따라서 ‘안보 불안’ 관리는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5월에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정책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기간 중 문재인 정부의 소망성 남북대화·교류협력 지상주의 대북정책의 실패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였다. 사드(THAAD) 추가 배치, 핵·미사일 도발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와 같은 발언은 비정상화된 남북관계와 국가안보태세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북핵 위협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처 필요

그렇지만,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벌이고 있는 김정은을 제대로 상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실천적 예방 장치가 필요하다.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에 미국과의 핵 공유협정 체결, 전술핵 재배치 등과 같은 방안은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 시켜주고 ▲향후 북한과 진행할 수밖에 없는 대화와 협상에 장애물이 되며 ▲오히려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의 규범을 위반하게 되어 경제외교적으로 막대한 손실만 초래할 뿐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선인의 이런 시각에 공감한다. 북핵 해법에 대한 전체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큰 그림(big picture)도 잘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은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김정은의 핵 공갈·질주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윤석열바이든 선언이 필요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얼마 전 칼럼(‘김정은 對 바이든’, 2022. 3.11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을 통해 바람직한 대북정책과 정부의 국가안보시스템 재편 방향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바 있다. 오늘은 이에 덧붙여, 강한 효과(impact)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외교적 방안, 즉 핵을 가진 김정은이 오판을 하지 못 하게 하는 수단을 추가로 제시해 본다.

이번 안의 핵심은 당선인이 인수위 활동 기간 중 미국과 협의를 통해 『윤석열-바이든 선언』(약칭: ‘윤-바 선언’)을 조율, 취임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과 같은 형식을 거쳐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동대응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 선언의 효과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열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지금 한·미관계는 1953년 휴전 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양국이 안보위험에 처할 경우 상호 지원·참전토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은 안보 부담을 덜고 경제개발에 진력하여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이루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이전 ‘재래식 전쟁’을 상정하고 만든 협약이다. 지금은 모든 게 변했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핵도발 시 미국이 개입할 적절한 타이밍(timing)을 놓칠 수 있다. 따라서 핵전쟁에 대비한 보다 확실한 한·미 공조와 대응 방안을 합의·천명해야 할 때다. 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 더 나아가 세계평화의 관건적 요소가 될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은 ①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을 명문화한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을 재확인한다 ②한·미는 포괄적·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의 미래청사진을 제시한 ‘2021년 5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합의문’을 실천적으로 이행해 나간다 ③한·미는 북한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 ④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남북합의서와 국제법 위반이므로 중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한다 ⑤만에 하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실제적으로 사용할 징후가 보이면, ·미는 자위권 차원에서 도발 원점·지휘부 타격을 비롯한 가용한 모든 조치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 ⑥북한은 현존하는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조건없이 나와야 한다 ⑦한·미는 북한의 진전성이 확인되면 대북제재 해제, 교류협력 재개, 인도적 지원 등 상응조치를 보장하며, 보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체제 안전보장과 경제개발 플랜을 적극 수립·지원한다 등을 포함한다.

동 선언의 ⑤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플랜B의 성격으로서 ▲김정은의 핵도발 의지를 근원적으로 꺾어 대한민국의 안전을 담보하고 ▲설사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더라도 “쓸모없게”,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 되게” 하기 위한 고도의 압박 전술이다.

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야

물론 대화와 교류협력을 중시하는 일부의 비판도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은 한·미 당국이 김정은의 강경드라이브에 맞서 결연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고, 김정은은 이미 대북제재(중-러의 이탈로 구멍도 생기고 있음)에 내성(耐性)을 가지고 있어 대화와 협상, 레드라인 설정, 대북제재,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등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정은에게 ‘도발=정권 멸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만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갈과 도발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3차 북핵위기 국면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한가롭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 가용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번 『윤-바 선언』이 자유 대한민국의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 ▲북핵문제 해결 ▲세계로-미래로-하나로 나아가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6.25전쟁 이후 자유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발전의 핵심적 토대가 되었듯이, 『윤-바 선언』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자유·평화·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는 2대 받침축(軸)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북핵 문제의 시작과 끝은 모두 김정은이다. 김정은의 의지부터 꺾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바이든이 푸틴을 ‘전범, 살인자’로 규정(3.16)하고 대처하는 시대다.

김정은에게도 보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우리가 대응 스펙트럼(0에서부터 100까지)을 스스로 제한하는 우(優)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는 이미 고차 복합방정식으로 변했다. 그래서 ‘고르디우스 매듭’(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칼로 잘랐다고 하는 전설 속의 매듭)의 지혜도 원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자강(自强)과 한미공조를 핵심축으로 북한 체제 변화(5화 전략: 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화, 세계화) 전략전술을 당당하게 추구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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