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론] 김정은 對 윤석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윤석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노동신문·뉴스1,연합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3.9)가 끝났다. 새 정부 출범은 인수위원회 활동을 거쳐 2개월 후에 있지만, 이제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큰 역할은 종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의 국정을 조용히 마무리하면서, 다음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해본다.

윤석열 정부의 과제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패권경쟁, 북핵 위협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삼각파도를 아슬아슬하게 헤쳐 나가고 있다. 과연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능동적으로 넘어 ‘자유・평화・번영이 넘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건설해 나갈 전략전술적 마인드, 즉 소프트웨어(software)가 잘 준비되어 있을까?

국가의 제1임무는 영토 보전과 국민 생명 보호이다. 코로나, 부동산, 청년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새 정부가 당연히 시급한 과제로 다뤄야 한다. 그렇지만 문 정부가 망가뜨린 안보정책 정상화도 분초를 다투는 중차대한 문제다. 기존 ‘청와대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과 일선 부서의 들러리 역할 전락, 대북・대중 굴종적 태도’는 청산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미래, 통일한국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국가안보시스템 전반에 대한 리뷰(review)와 대혁신이 필요하다.

대북 정책

김정은은 콤플렉스와 야망을 지닌 승부사이다. 윤석열 당선자도 승부사 기질이 대단하다. 앞으로 두 승부사는 어떤 식으로 만나야 할까? 아니 윤석열 정부는 어떤 식으로 북한을 리드해 나가야 할까?

축구를 예를 들어보자. 세계 축구사를 보면 현란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브라질·스페인식 축구와 팀플레이-압박수비를 위주로 하는 영국·이태리식 축구가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토털싸커(total soccer)가 대세이지만, 그 근저에는 과거의 이 같은 2대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격형 축구는 관중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많이 주지만, 완벽한 실력을 갖춘 팀이 아니면 화려함에 비해 실익이 별로 없다. 반면에 수비형 축구는 흥미는 덜하지만 실점을 줄여 주어 어느 정도의 성적은 늘 보장해 준다.

따라서, 코로나19, 부동산·청년 문제, 미·중 패권경쟁, 북한 핵·미사일 위협 노골화 등 다양하고 복잡한 빅이슈들을 머리에 이고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당분간 무리한 공격 보다는 수비를 튼튼히 다지는데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블러핑(bluffing)이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전방위적인 대남무시-대미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김정은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즉 앞으로 김정은을 상대해 나갈 때는 문재인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조급해 해서는 안되며 ▲튼튼한 안보, 중장기적 관점과 원칙에 입각한 당당한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일종의 남북관계 ‘비정상의 정상화’가 먼저이다. 이런 기조하에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전략전술적 공조를 통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 성안과 제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체제 변화전략(필자는 이를 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화, 세계화의 5화 전략으로 명명)을 주도면밀하게 시행해 나가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그러면 5년의 시간은 분명히 우리 편에 있다.

국가안보시스템

한편 정부의 안보대비체계 효율화 문제에 대해서는 5가지의 재편 방향을 제안해 본다. 첫째, 비대해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폐지하고 권한을 외교안보수석과 국정원, 외교부 등 일선 안보부서로 이관하는 게 당선자가 캠페인 기간 중 약속한 ‘작은 대통령실’ 구현의 제 1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 수석은 대통령 보좌 역할이면 충분하다. ‘책임장관제’ 정신의 구현이 될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 국가안보시스템에 영국·미국 등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정보공동체(IC) 개념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정보사각지대 해소와 융합정보 생산을 위해 CIA, FBI 등 16개 부분 정보기관을 총괄 감독・협업하는 국가정보장실(DNI)을 신설하고 합동정보평가위원회(JIC)를 운영해 오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단, 별도 조직을 신설하기보다는 ‘국가정보원 원장실’에 유사한 역할(K-DNI)을 부여하고 안보 관련 전 기관을 수직・수평적으로 묶는 법률적-제도적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다.

셋째, 이 같은 ‘정보공동체 출범’을 전제(前提)로 국가정보원을 제로베이스에서 재편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국정원의 주임무는 ‘남북대화의 선봉대’가 아니다. ‘정보수집・평가와 자유민주체제 수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북한과의 비선 대화채널로 주로 활용하면서, 대공수사권을 무력화하고 여타 기능을 행정기관화하였다. 간첩의 필체로 원훈석(院訓石)을 새기는 상식 이하의 행동까지 자행했다. 국정원의 정상화가 자유 대한민국 정상화의 시작이다. 단,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또는 ‘제왕적 국정원장’ 출현은 예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원을 원장실(K-DNI)과 2개 차장실(K-CIA, K-FBI)로 분리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내부 상호견제와 협업의 틀(frame)을 구축한 후 군, 경찰 등 정보공동체와의 융합정보생산 체제를 보강한다. 즉, 원장실은 새로 편성되는 정보공동체의 수장인 국가정보장(K-DNI)을 겸임하면서 차장실・부문정보기관과의 협업과 감독, NSC 사무처 기능, 융합정책정보 생산을 주임무로 한다. 분리・독립된 2개 차장실은 각기 독립적으로 첩보수집·평가와 행동을 전담토록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오랜 숙제였던 ▲정책과 정보의 분리 ▲일체・독주형 → 견제・협업의 선진국형 순수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당연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운영의 내실화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넷째, NSC와 자문회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회의는 대통령이나 국가정보장이 주재한다. 실무적 뒷받침은 신설되는 국가정보장실이 수행토록 한다. 특히 전문가 자문회의는 상시조직보다는 관료와 민간전문가들이 일정 기간 협업을 하는 TF 성격으로 운영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위원회’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통일부의 개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난 5년간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만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부서의 폐해를 똑똑히 목격했다. 통일부의 존재 이유와 핵심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바탕으로 임무와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맺음말

평화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자 목표다. 그렇지만 염원하고 외친다고 평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김정은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세계는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기초로한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 ▲미국·중국·일본 등 핵심이해 당사국들과의 전략적 외교 강화를 통해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손해다”라는 인식을 가지게끔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처음에는 더디고, 김정은의 강한 반발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온국민이 힘을 합쳐 그것을 당당히 이겨낼 때만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 자유민주통일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다. 국론 결집과 안보시스템 재정비, 자강(自强), 국익외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힘이 곧 평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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