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서 고열로 주민 5명 사망”…北 당국은 “기밀 유지” 지시

소식통 "평북 신의주·의주서 원인 불명 고열 증세 주민 돌연 사망"

평안북도 신의주시 본부동종합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중 국경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최근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병원을 찾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북한 당국은 빠르게 시신을 수습하고 보건관계자들에게 관련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에서 지난달 말 심한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해열제와 항생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고열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사망했다. 이튿날 신의주시의 다른 병원에서도 2명의 환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 증세가 지속돼 병원을 찾았지만 투약에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의주시 인근 의주군에서도 고열 증세를 보였던 환자 2명이 이달 초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망자들이 나이, 성별, 직업, 최근 이동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해당 보건기관의 관계자들에게 고열로 인한 사망자 발생에 철저한 기밀 유지를 지시해 현지에서도 관련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진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집계한 우한 폐렴 확진자 통계는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신고한 사항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의 보고를 100%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당국은 보건성 국장을 내세워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 등 의진자(의심환자)를 격리·치료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격리된 의심환자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지만, 확진자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당국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중 국경지역을 폐쇄하고 인적, 물적 이동을 금지시키는 등 적극적인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감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전염병 유입이 알려질 경우 경우 내부 동요가 일어나거나 체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과거에도 전염병 확산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축소 보도한 사례가 적지 않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전세계 사스 사망자 수와 전염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자국 내 발병 상황은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신종플루(H1N1) 발생 때는 그해 5월부터 전세계적으로 감염 질병이 유행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환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선전을 지속했다. 그러다 ‘좋은벗들’ 등 방북했던 대북 단체들이 북한 내에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먼저 전했고 신종플루가 발생한 뒤 8개월 후인 그해 12월 북한 당국도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평양과 신의주 등 확진자가 9명이라고 뒤늦게 밝힌 바 있다.

인간 전염병은 아니지만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당시 2월 중순부터 평양 부도심 및 외곽지역에서 돼지 수십마리가 연이어 폐사해 가축 전염병 발병이 의심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매체들은 질병 예방 대책만 보도할 뿐 발병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은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포착되자 5월 30일, 뒤늦게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전염질병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

한편 최근 평안북도에서 고열 증상을 보인 환자가 연이어 사망하자 북한 내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미 발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인민들 사이에서 비루스(바이러스)가 이미 퍼진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만약 비루스로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면 숨기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빨리 대책 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