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칼럼] 밀봉 작업 몰두하면서도 中에 지원금 보낸 北 속내

북한 남포 수출입품 검사검역소에서 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최근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지이자 최대 피해국인 중국에 위로 서한과 함께 지원금을 전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이 “우리 당과 인민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전염병 발병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고 전하면서 북한이 중국에 지원금을 전달한 사실을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서한의 날짜를 표기하지 않았지만 보도 당일인 1일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성남이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것으로 봤을 때 해당 서한이 발표된 날 김성남이 위문 서한과 지원금을 지참하고 방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지원금을 중국에 보내는 이례적 행동을 했을까? 우선 그것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직후 북한이 보인 신속한 반응, 그리고 ‘정면돌파전’을 천명한 2020년 한 해의 운명이 중국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얼추 답이 나온다. 현재 중국에서 발병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일본, 파키스탄, 이탈리아 등 주요 20여 개 국가에서 중국발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이러한 반응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국경봉쇄를 가장 먼저 실시한 국가는 바로 북한이었다. 북한은 1월 22일부터 북중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1월 28일에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했고 이후 ‘밀봉’에 가까운 국경봉쇄 및 인원차단에 돌입했다. 2월 2일 조선중앙TV에서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한 사업을 자세히 소개했고 노동신문은 연일 방역작업을 펼치고 있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북한이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이와 같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북한이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 및 의료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북한에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북한 사회는 대규모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영상이나 사진 속 북한 보건관계자들의 방역활동을 보면 제대로 된 N95나 KF94급 방역마스크 조차 착용한 인원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전염성 질환에 매우 취약한 것이 북한사회다. 북한의 신속한 국경봉쇄는 자구적 차원에서 당연한 대응으로 볼 수 있으나 동시에 중국에게 매우 큰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행위였다. 유사한 외국 사례에서 중국이 보인 반응을 보면 그렇다. 중국 정부는 2월 3일 2주 전에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미국의 이러한 금지조치는 불안을 부추는 행위로 나쁜 선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어떤 지원정책도 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최근 취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 중국 대사 역시 4일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발언 요지 역시 이번 신형 바이러스 사태의 해결을 위해 중국정부가 노력하고 있고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지만 과잉 대응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난 1일 서한을 들고 방중한 북한 김성남의 중국 내 행적과 귀국 보도 등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이나 김정은의 위로 서한에 대해 아직 시진핑 주석의 답신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김정은이 위로 서한과 지원금을 보냈지만 국경봉쇄와 중국 여행객 입국 금지조치 등을 신속하게 취한 행동에 대해서는 중국이 불쾌한 속내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성남이 위로 서한과 지원금을 들고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불쾌감을 달래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고 난 후 중국정부가 이번에 북한당국이 입국을 금지시킨 중국관광객들을 보내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김정은의 속내가 복잡했을 것이다. 2020년의 목표인 ‘정면돌파전’을 치루기 위해서는 확실한 돈줄인 중국 관광객들이 절실하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공식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실제로 김정은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결국 김정은 체제 등장이후 전국적 단위로 추진해온 양덕온천관광지구,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삼지연지구 등 역점 사업 대부분이 관광 관련 사업이다. 중국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북한 김정은 체제가 보여준 전방위적 ‘밀봉’ 작업으로 입국이 금지된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 ‘정면돌파전’을 내세운 2020년 한 해의 당면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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