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아리랑] 黨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서 주목해야 할 3가지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 주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4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이 지난달 1일 순천 인비료공장 이후 22일간의 잠행을 마치고 다시 등장했다. 이후 김정은이 등장한 자리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5월 24일 보도를 통해 김정은이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핵전쟁 억제력 강화방안과 무력기구 개편, 주요 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2019년 12월 22일 제7기 제3차 회의 이후 5개월 만이다. 김정은이 당 정치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의 당 위원회를 활발히 가동하고 있는 것은 이전 김정일과 뚜렷이 구분되는 통치행태 가운데 하나다. 김정은 정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총 8차례 열렸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군사 분야 모든 사업을 지도하는 기관’이고,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한다. 이러한 회의를 갑자기 개최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국가방위력과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고 ‘나라의 정치적 안정과 자주권을 보위’하기 위해 ‘정치사상적’ ‘군사기술적’인 대책이 연구토의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무력구성의 ‘불합리한 기구’, ‘편제적 결함’을 바로잡고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편성’하는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가무력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리병철이 선임됐고 일부 위원들의 보선되었으며 인민군 장령(장성)들의 승진인사가 발표됐다.

김정은은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군사적 대책들과 중요 군사교육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개편안에 관한 명령서’,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할 데 대한 명령서’, ‘지휘관들의 군사칭호(계급)를 올려줄 데 대한 명령서’ 등 7건의 명령서들을 일사천리로 서명했다.

이번 회의와 관련하여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세 가지다. 하나는 개최 시기다. 이번 회의는 조선중앙통신 보도 날짜로만 보면 지난 5월 2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22일 만이다. 이번 회의는 통상 행사 하루 뒤에 보도되는 관행을 생각하면 23일에 개최됐다. 이날은 5.24조치 하루 전날이고 북한의 5.25교시 발표 이틀 전이다. 5.24조치는 지금도 우리 정부가 해제와 유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 없이 느슨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북 경제협력 금지조치다. 반면 5.25교시는 1967년 김일성이 발표한 담화문으로 현재 북한의 유일지배체제를 만드는 기틀로 작용했다. 이번 회의는 대내외적인 상황의 엄중함 속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시도와는 무관하게 내부적으로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유일지배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핵무력 강화 및 제도화를 선포한 것이다.

두 번째, 핵무력 운영과 관련된 군부의 내부정리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된 리병철을 필두로 총참모장 박정천이 군 차수에 올랐다. 리병철은 그동안 미사일 개발 분야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사람이다. 박정천은 현직 북한 인민군 가운데 유일한 ‘차수’의 지위에 올랐다. 리병철은 공군사령관 출신이고 박정천도 포병사령관 출신이다. 소위 ‘알보병’ 출신 장성들의 퇴조가 확실해 보인다. 이번 승진인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상당수도 이러한 기술군 경력을 갖고 있는 군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리병철은 주목해서 봐야 할 인물이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44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됐다. 말하자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는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맡은 최초의 당직이다. 그 자리에 리병철이 올랐다는 것은 김정은의 신임이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회의에서 상장(중장) 7명, 중장(소장) 20명, 소장(준장) 69명의 인사도 단행됐는데 이들도 상당수가 미사일 내지 포병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포병출신 박정천이 차수로 승진하고 국가보위상 정경택이 대장으로 진급한 부분도 대남도발과 관련하여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전략무기를 담당하는 부대는 전략군사령부다. 미사일 지도국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다가 2012년 3월 3일 김정은이 전략로케트군 사령부를 시찰하면서 존재가 알려졌고 2014년에 예하부대들을 통합해서 전략군사령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 부대는 러시아의 전략 로켓군과 중국군의 제2포병부대처럼 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육해공군 이외에 별도의 4군 체제로 특화된 형태의 부대다. 이번 회의 내용을 보면 전략군사령부에 대한 대대적인 확대개편안이 마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금 더 나가서 추론하자면 기존 총참모장 휘하 체제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직속부대로 승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김정은이 2019년 신년사에서 말한 ‘새로운 길’에 대한 군사 실무적 방안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김정은은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대화의 틀을 깨고 기존의 핵무력 강화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 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가 언급됐다. 당시 김정은의 전원회의 결과보고가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었다. 요약하면 2019년 ‘새로운 길’을 언급했고 2020년 당 전원회의 결과보고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길’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의 배치 및 운용에 관한 조직구성과 작전규범 및 인사문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새로운 전략무기’란 “여전히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라고 언급하면서 핵무력의 완성이 일련의 계획대로 진행되었음을 말해줬다. 다만, 2019년 12월 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와 관련하여 ‘보유하게 될’, ‘곧 멀지 않아’라고 수식어를 붙였듯이 당시에는 개발단계에 있었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확인되는 것은 ‘새로운 길’에서 ‘새로운 전략무기’에로의 전개를 거쳐 ‘새로운 무기체제 및 부대운영에 관한 지침’까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북한이 미사일 및 핵실험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던 2017년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단순한 필자의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북한연구소 홈페이지 및 월간 북한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