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北노동자들, 임금 인상안으로 中과 재계약?

지난해 2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해관(세관) 앞에 북한 여성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중 일부가 중국 회사와 재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중국 측이 수용할 경우 노동자들의 중국 체류가 자연스럽게 연장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11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 일부가 이달 초부터 임금 인상안이 포함된 업무 연장 재계약을 준비 중이다. 각 회사마다 계약 날짜와 연장 기한이 다르지만 최소 2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만약 성사된다면 지난달 하달된 노동자 철수 지시는 사실상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내 확산을 명목삼아 파견 근로자 철수를 지시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 이달 초 中 파견 노동자들에 ‘철수’ 명령 내려…왜?)

북측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3500위안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회사들이 갑자기 최소 40% 이상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코로나19의 중국내 확산을 명목삼아 노동자 철수 지시를 하달한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중국 파견 근로자들의 임금이 몇 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당자금 요구가 잦아지면서 ‘해외 파견을 나가도 귀국할 때 남는 돈이 없다’는 불만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외 파견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당국이 노동자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남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남부 지역의 공장 발주가 중국 북동부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자 북한 노동자가 많이 파견돼 있는 랴오닝(遼寧)과 지린(吉林省)성의 공장들은 최근 급증한 공장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값싼 북한 노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현지인을 채용할 경우 최소 월 3500에서 5000위안을 지불해야 하고 노동자 보험료로 1인당 1000위안을 회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회사 입장에서는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북한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국 회사가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북한 측은 재개약 준비에 돌입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 재개약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당국은 당자금도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월급이 3500위안으로 책정되면 당자금은 1800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적게는 300, 많게는 500위안이 인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자금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본인들 손에 쥐어지는 돈이 이전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안과 재계약을 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동자를 파견한 북한 무역회사들은 만기가 다가왔음에도 재개약을 하지 못할 경우 당국의 지시에 따라 노동자를 철수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봉쇄돼 있어 계약이 만료된 노동자들도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임금 인상을 관철시키지 못한 인원들은 늦어도 9월 쯤 귀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