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北인권 거론하면 전쟁? 아주 웃기는 소리”

“몇십년 뒤 통일이 됐다고 가정하자. 북한 동포들이 우리들에게 ‘난 남한의 구호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전부 김정일 금고에 들어가고 심지어 핵개발에 들어갔다. 당신들은 김정일 폭정을 연장시키는 공범자였다’고 말할 것 같다.”

“북한 인권개선과 민주화의 길이 때로는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은 유의미한 소수파(significant minority)이다. 유의미한 소수파는 종국에는 승리한다. 어느 순간 대규모 대중운동으로 커질 수 있다. 언제 올지는 모른다. 준비만 하라. 이거다 싶으면 해라, 이거다!”

류근일 조설일보 전 주필(사진)이 북한인권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대학생들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2일 ‘북한인권 청년학생연대’(대표 성하윤)가 ‘新북한 바로알기’의 일환으로 진행한 순회강연회 자리에서다.

류 전 주필은 소위 진보세력이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통칭 진보좌파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고 말한다”며 “그렇다면 일본에 종군위안부 문제를 왜 꺼내는가, 전쟁하자는 것이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에 지대한 관심 표명하더라, 미얀마하고 전쟁하자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저들은 김정일을 흔들면 한반도 평화가 깨진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에는 인권문제를 왜 제기했나? 평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류 전 주필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전쟁난다고 하는 공갈협박 자체가 아주 웃기는 이야기”라며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제사회에 ‘보편적’ 인권을 위해 한국에 와달라고 하던 사람들이 북한인권에는 이중잣대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류 전 주필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 제거 ▲북한 주민과 김정일의 분리 ▲정부 차원의 북한 인권문제 개입 ▲정부가 안하면 민간이 인권문제를 거론이라는 북한을 바라보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학살자 김정일에 에이 나쁜놈 소리 한마디를 못하는가, 여기 이렇게 대학생들도 나서는데!”라고 일갈했다.

한편 류 전 주필은 “나 역시 북한 정치범의 아들이다”며 서울대 교수 시절 월북,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지내다 숙청당해 평생을 북한 당국의 감시 속에 살았던 아버지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가 함경도 오지에서 고생할 때 나는 남한 민주화 운동을 하다 붙잡혀 수감 중이었다”며 “남북의 부자가 남과 북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것도 한반도에서 태어나 인텔리들이 겪는 고통”이라며 웃음지었다.

그는 “이제 남한은 선진화해야 하고, 북한은 민주화 돼야 한다”며 “민주화 아니라면 최소한 정상화라도 해야 한다”며 북한의 인권개선을 강하게 촉구했다.

27일 명지대에 이어 숙명여대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는 경희대, 서강대, 명지대, 한양대 북한인권 단체 소속 학생들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