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이 스톡홀롬 회담을 걷어찬 2가지 가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왼쪽에서 세번째) 7일 귀국차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사진=연합

지난 주말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열렸던 미북 실무회담은 8시간 만에 결렬로 끝났다. 북한 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북한은 미국 측의 입장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미국 측이 입장을 바꿀 때까지 북한은 실무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으로 김명길은 북한이 나중에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다시 할 수 있다고도 말했는데, 그는 “ ICBM 모라토리엄의 유지 여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편으로,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2주 이내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미국 측의 이야기를 사실무근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자신의 태도를 바꿀 경우에만 실무회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접촉과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스톡홀롬 실무회담의 결렬은 다소 갑작스러운 소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미북 양측 모두 어느 정도 타협을 이룰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실무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이와 같은 회담이 “비핵화로 가는 길의 첫걸음”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당연히 이 회담의 성공 여부는 비핵화의 성공과 아무 관계가 없다. 북한 통치자들은 비핵화는 곧 집단자살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압박도 보상도 그들의 핵 포기를 불러오지 못한다. 핵보유국이 된 북한은 오늘날 국제정치의 변수보다는 상수이다. 그래도 실무회담은 북핵의 감축 또는 동결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며칠 전 다시 한번 확인한 바와 같이, 평양은 현 단계에서 이 길로 갈 마음이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세계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생겼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건 대부분은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측이 스톡홀롬 회담을 결렬시키기로 결정한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중요한 사건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이다. 볼턴은 초강경파이자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볼턴이 지나치게 강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에 있어서 브레이크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볼턴은 예측 불가능한 미국 대통령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그가 불필요한 양보를 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이 있었다. 확실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소문에 따르면 볼턴은 하노이에서 트럼프가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지금 볼턴이 사라진 백악관은 보다 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북한이 희망하는 양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번째는 지난달 민주당이 개시한 탄핵 절차다. 여전히 탄핵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위험한 모험주의 외교를 시도할 수도 있는데, 가능성이 보다 높은 시나리오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 대신에 국내정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동 상황이다. 트럼프가 오래전부터 적이라고 강조해 온 이란은, 전례없이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매우 위험한 도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이란에 대해서 위협을 많이 가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도발적 행동 때문에 위기가 고조되었음에도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것을 감안하면, 트럼프는 매우 시끄럽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을 전혀 하고 싶어 하지 않아 보인다. 2018년 초 평양이 몇 년 만에 다시 비핵화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물론 북한 측의 비핵화 이야기는 언제나 진정성이 아예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화염과 분노” 이야기가 들렸을 때 북한 측은 시간을 벌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최근에 중동 상황을 본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으며, 트럼프를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볼 근거가 생겼다. 이것을 감안하면, 시간벌기 작전의 필요성은 많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네 번째 사건은 중국의 대북정책 유턴이다. 약 1년 정도 미국의 대북 압박 노선에 동의했던 중국은, 지난 2018년 봄 또는 여름부터 자신들의 대북 태도를 많이 완화했다. 중국은 유엔 제재의 집행을 사실상 조용히 완화했으며 기름과 식량을 비롯한 직접적인 대북지원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무역전쟁에 대한 비대칭적인 보복조치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대북제재에 대한 우려감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라는 구멍이 생겼기 때문에,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옛날보다 매우 작아졌다.

이와 같은 상황의 변화를 감안하면, 북한 측의 실무회담 결렬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타협을 이룰 희망이 있다. 북한 측은 대중 의존도를 문제로 보기 때문에 경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유엔 제재라는 장애물을 극복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지원 때문에, 제재 완화의 필요성은 과거만큼 시급하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탄핵 시도와 볼턴의 해임은, 북한 측에 있어서 미국에게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생기게 했다. 그렇다면 이번 실무회담의 결렬은 사실상 외교적 압박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측은 미국이 더 많은 양보를 가지고 오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북한이 현 단계에서 미국과의 타협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미국의 다음 대선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타협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트럼프와 맺은 약속은 거의 즉각적으로 휴지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논리라면 김명길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들이 스톡홀롬까지 간 이유는 그저 선전 때문이라고 진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국제사회, 특히 베이징에 자신들이 회담을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문제는 자신들이 아니라 미국의 태도에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했다.

어쨌거나 이번 실무회담의 결렬은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다. 물론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관리는 가능한데, 이번 실무회담의 결렬 때문에 북핵 문제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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