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개최된 8차 당(黨) 대회를 통해 직접 ‘세외부담’ 문제를 거론하는 등 부정부패 근절 의지를 드러냈지만, 경제 현장에서의 비리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경제난이 계속되자 국경 지역의 검열기관원들이 단속을 핑계 삼아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검열기관의 노골적인 재산 강탈에 일부 주민은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계속되는 경제난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일부 보위부 등 검열 세력들이 돈 있는 주민을 사냥하고 있다”며 “딸라(달러)를 가지고 있는 주민을 포착하면 검열기관이 그 집에 찾아가 온 집안을 뒤집어 놓곤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단속에서 달러가 발견되면 자본주의 현상이라고 비판하면서 돈을 몰수한다”며 “이후 그들을 지방으로 추방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1월 말 국경을 철저히 봉쇄했다. 이로 인해 북중 간 공식 무역뿐만 아니라 밀수까지도 사실상 중단됐다.
무역 중단의 여파는 무역일꾼들과 밀수업자들로부터 각종 뇌물을 받아 챙겼던 북한 관료의 주머니 사정 악화로 이어졌다.
중국과의 무역 및 밀수 거래 중단에 따라 수입이 크게 줄어 생계를 위협받게 된 검열기관원들이 각종 핑계를 만들어 주민들의 주머니를 ‘사냥’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검열 기관들이 돈 사냥에 나서자 식당이나 시장에서 딸라를 꺼내거나 값비싼 음식을 사서 먹는 행위가 줄어들었다”며 “전에는 비싼 음식과 술을 친구들에게 사면서 자랑을 했지만, 지금은 그랬다가는 법 기관들에 잡혀갈까 봐 두려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검열 기관이나 당국이 일부 돈 있는 북한 주민의 돈을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어 과거처럼 돈 자랑을 했다가는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식당이나 시장에서 달러를 꺼내거나 값비싼 음식을 사 먹는 모습이 크게 줄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온 나라가 돈 있는 사람 잡아가는 운동을 벌이고 있어 (주민들은) 시장에서 고기 사 가는 것도 무서워 한다”며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공포스럽다”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신의주 지역 간부들이 경제난에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모습은 지난해에도 포착됐다.
앞서 본지는 소식통은 인용해 지난해 10월 신의주의 보위부와 국경경비대, 세관 관계자들이 주민들을 과도하게 단속하면서 뇌물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는 북한의 관료들은 주민들을 단속하면서 뇌물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 직접적이면서 노골적으로 주민들의 재산을 노리는 것이다.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뇌물 강요가 아닌 재산 강탈 쪽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북한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심각한 경제난에 도덕적 해이와 기강 문란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모습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8차 당 대회 ‘결론’에서 “강력한 교양과 규율을 앞세워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 행위, 온갖 범죄 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실천하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만성화되어 있고 간부들의 생활을 보장해야 줘야 하는 등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