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戰時납북 책임 ICC 제소 가능하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와 네덜란드 헤이그를 다녀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Lawyers for human rights and unification of Korea)’이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KWAFU)를 대리하여 제네바 국제연합(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실무자를 만나, 내년 3월 COI의 최종 보고서에 전쟁납북자 문제를 반(反)인도범죄로 규정해 포함시키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는 북한의 김정은 등 책임자를 반인도범죄 혐의로 제소하는 고발장(Communication)을 제출함으로써 ICC 검사에 의한 직권발동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제네바의 COI 실무진으로부터 6·25 전쟁납북자 문제를 COI의 내년 3월 보고서에 포함시키겠다는 의견을 들었고, 헤이그의 ICC 검사 관련 접수 담당자로부터는 김정은 등에 대한 고발장을 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2013년 올해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로부터 60주년이 되고, 12월 10일로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인 세계인권선언 선포 65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6·25 전쟁납북자 문제는 북한 김일성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짜서 1950년 6월 25일 남침전쟁을 일으킴과 동시에 그 날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10만 명 이상의 남한 민간인을 납치한 만행으로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납북자 문제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서 “납치”(abduction)가 아니라 전시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실향 민간인”(displaced civilian) 문제로 잘못 다루어짐에 따라 오랫동안 국내 사회나 국제 사회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북한이 저지른 최초의 대규모 인권유린 행위를 확실하게 응징하지 못함으로써 그 후 북한으로 하여금 전후 납북자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유린을 계속 저지르게 한 책임도 있다. 전쟁납북자 문제야말로 1956년부터 시작된 정치범수용소 문제보다 앞서는 북한 인권유린의 시초를 이루고 남침전쟁 못지않은 북한 정권의 태생적인 반인권성을 보여주는 중대한 범죄다.


지금 제네바의 분위기는 모처럼 올 3월에 설립된 COI가 내년 3월 보고서 제출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COI의 막바지 활동을 앞두고 국내는 물론 UN과 국제사회로 하여금 6·25 전쟁납북자 문제는 반인도범죄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할 심각한 문제임을 널리 알려 그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토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ICC는 그 설립일인 2002년 7월 1일 이후의 범죄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김정은 등 북한의 현 정권 책임자에게 6·25 전쟁 당시에 일어났던 납치범행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ICC에 관한 로마규정 제7조 제1항 (i)호의 강제실종(Enforced disappearance of persons)이란 납치범행 자체뿐만 아니라 납치된 사람을 송환하지 않거나 그의 생사불명 소식을 피납치자 가족 등에게 알려주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는 한 범죄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는 이른바 ‘계속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록 전쟁납북자 문제는 60여 년 전에 일어난 범죄이지만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범죄로 볼 수가 있다.


또 그로 인한 피해는 북한에 있는 피랍자 본인뿐만 아니라 남한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고문(torture)에 못지않은 막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고, 이와 같은 범죄행위의 결과 발생지인 남한은 ICC 체약국이므로 ICC는 6·25 전쟁 납북범죄에 대한 관할권이 있고, 따라서 현재의 북한 정권 책임자인 김정은 등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구성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 UN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에 의한 6·25 전쟁 납북문제의 ICC 회부 시에는 위에서 본 어려운 법률적 관할권 장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중국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예견될 수 있지만 이를 걱정하여 미리 안보리 회부방안을 포기하는 것은 전쟁납북자 및 그 가족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다.


60년도 넘게 무도한 인권유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여 온 북한 정권에 대해 이제 그 정권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등 고강도의 제재방안을 찾을 때가 되었다. 더욱이 북한은 김정은 등장 이후 공포통치 강화 방안으로 본보기식 공개처형을 대폭 확대하여 2012년 17명이던 공개처형이 올해는 40여 명으로 알려질 만큼 인권상황이 악화되었다. 우리는 국내적으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서두름과 동시에, 국제적으로는 ICC에 의한 형사책임 추궁 등을 통하여 6·25 전쟁납북자 문제를 비롯한 제반 북한인권 문제의 새롭고도 조속한 해결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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