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중단 집회 소식에 재중 탈북민들 “대신 목소리 내줘 위로”

일부는 "그렇다고 중단되겠느냐"며 비관적 반응 보이기도…법적 신분 보장이 필요하다는 견해 나와

/그래픽=데일리NK

얼마 전 미국 워싱턴DC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내 한인 청소년 등이 모여 강제북송 중단 촉구 집회를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 소식이 중국 내 탈북민 사회에도 알려지서 “우리 대신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은 “미국에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는 소문이 중국 내 일부 탈북민들 사이에 퍼졌다”며 “이를 접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말하는 탈북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민들은 언제 북송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늘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탈북민 수백 명이 북한에 강제송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송에 대한 공포가 한층 커졌다고 한다. 여기에 한국행에 나섰다가 공안에 체포되는 사례까지 잇따라 탈북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북송 중단 촉구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은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린성에 거주하는 한 50대 탈북민은 “중국에 살면서 북송이라는 말은 죽음보다 더 두려운 말”이라며 “당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달만 해도 한국으로 가다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보다 공안에 잡혔다는 이야기가 더 많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붙잡힌 이들을 제발 북송만 하지 말아 달라고 마음속으로 함께 빌었다”고 말했다.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30대의 또 다른 탈북민 역시 “우리는 신분 때문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우리를 대신해 ‘북송을 중단하라’고 외쳤다는 말을 듣고 정말 고마웠다”며 “중국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이 더는 북송이라는 비극을 겪지 않았으면, 북송이라는 말 자체가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다만 이번 소식을 접한 탈북민 중 일부는 “그렇다고 진짜 북송이 중단되겠느냐”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과거 대규모 강제북송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불안정한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집단 북송 사건은 일부 탈북민들에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라며 “당시에도 외부에서 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끝내 막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안이 탈북민을 체포했다가 석방하려 해도 탈북민과 함께 살던 중국인 동거인이나 가족이 보증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북송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비극적인 사례도 적지 않았던 만큼 외부의 외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북민들은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탈북민들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인 남성과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도 불법체류자로 간주돼 북송 위협에 놓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북송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DC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한인 청소년들과 탈북민, 북한 인권 운동가들이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민들의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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