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칼럼]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 차단법’ 만들겠다는 건가?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노트텔, 라디오, mp4(영상재생기기). /사진=데일리NK

상상 속의 모 나라 어느 대도시 외곽 지역이 슬럼화되어 우범지역이 되었다고 치자. 그 우범지역에 강도와 강간범이 횡행하며 행인들과 거주자들을 위협하니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할 방안으로 모 나라 정부는 외부 주민들의 접근과 거주자들의 야외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 지역을 드나드는 사람 중에는 취약계층 사람들을 위해 급식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있고, 거주자들의 건강을 위한 의약품 등 물품을 제공하는 사람도 있으며, 타지에 사는 가족들, 보호자가 없는 아동들을 위해 방과 후 활동이나 학습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따라서 그 법이 타 지역 사람들의 선의의 활동들을 잠재적으로 범죄화해서 금지시키고 그 지역의 위협인 강도와 강간 범죄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딱 맞는 예는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의 문구들을 살펴보니 상상 속의 대도시 외곽에 버려진 우범지역에 대한 가상 정부의 대응 정책을 상상하게 된다.

상상에서 깨어나 북한의 현실을 보자.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은 ‘전단 등의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므로 외부 정보유통에 대한 북한의 상황부터 짚어보자.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매년 조사 집계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를 보자. 올해 5월 초에 나온 2020년 지수에서 북한은 180개 조사대상 국가 중 180위 자리에 올랐다. 19년 연속 최악의 언론탄압국 대열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로, 북한에서는 다른 나라 언론매체가 제공한 정보 콘텐츠를 접했다는 이유로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고 국경없는기자회는 설명한다. 독립적 민간언론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는 조선중앙통신만이 유일하게 북한당국이 허용하는 공식 뉴스매체이다. 2016년 9월에 AFP가 조선중앙통신의 협력업체로 평양에 사무소를 열었지만 현실은 북한당국이 보도 가능한 정보들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AFP의 활동은 북한 주민들 대상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이다.

북한의 정보유통 및 표현의 자유 정도를 파악하는 또 다른 국제적 지표로 CPJ(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언론인 보호를 위한 위원회)가 선정한 ‘최악의 검열국가 10개국(10 Most Censored Countries)’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북한은 2위를 차지했는데 에리트리아와 투르크메니스탄이 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CPJ는 북한을 최악의 검열국 서열 2위에 올린 이유로 신문, 방송, 정기간행물 등의 내용은 모두 북한당국 지도부들의 진술과 활동에 국한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의 공식 발표에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그 와중에 외부에서 비밀리에 제작되는 외국 영상과 라디오 방송 그리고 밀반입되는 보조기억장치들이 유일한 독립적인 정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라디오 전파를 차단하거나 전파신호를 추적해 잡아내는 설비를 사용해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를 더 강도높게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국내외 언론을 통해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적대국가’에서 유입되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감시와 검열 그리고 이를 접촉하고 유통한 주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 사례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비사그루빠나 각종 상무(감시조)를 동원한 한국 문화콘텐츠의 검열과 통제, 심각한 처벌은 북한을 관찰하는 전문가들, 언론, 인권활동가들에게는 상식이다. 북한당국은 헌법과 형법, 노동당규약, 유일사상 10대 원칙 등을 동원해서 외부 정보를 유입, 접촉하는 것을 ‘제국주의의 문화적침투’로 간주해 이를 철저히 배격해야 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짓부시고 온갖 이색적인 사상요소들과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비롯한 부정적인 현상들을 반대하여 투쟁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심각한 처벌을 받은 사례들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 무수히 공유된 바 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의 우려는 심각하다. 지난해 5월 초에 진행됐던 제3차 보편적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에서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여러 나라들이 북한의 사상표현의 자유, 언론의 독립성, 정보유통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미국 국무부는 11월 말에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지원금 공식 사이트에 북한의 인권, 책임규명, 정보접근 관련 활동 프로젝트를 위해 최고 3백만 달러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자유로운 외부 정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대북 라디오 방송, 콘텐츠 제작, 외부 정보와 콘텐츠 공유를 위한 시스템의 개발 등 근본적인 자유의 증진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은 어떠한가?

군사분계선 지대를 통한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활동에 대해 지난 6월 초에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활동을 저지하지 못 했다는 비난과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이 포함되었다. 그 후 열흘 정도 뒤,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며 협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자 같은 날 여당의 김홍걸 의원 등 24명 의원들의 발의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12월 2일 개정 법률안이 외통위를 통과했다. 이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당 180석의 힘은 이 개정 법률안을 어렵잖게 통과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 법안으로 초래될 후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개정 법안의 워딩을 잘 살펴보면 잠복해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 감지된다.

5. “전단 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 인쇄물, 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

6. “살포”라 함은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 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 더해 개정 법률안의 제24조는 신설됐는데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 대상으로 ‘전단 등 살포행위’가 포함된다고 했다. 즉 ‘전단, 물품, 광고선전물, 인쇄물, 보조기억장치 등’ 그리고 ‘금전 등 재산상 이익을 주는 것’을 ‘불특정 다수’의 북한 사람들에게 배부하는 행위와 중국 등 ‘제 3국’을 거쳐서 북한으로 ‘이동’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뜻이다.

‘전단 등’을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해 초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탈북민들의 대북 송금에 대한 통계를 발표했다. NKDB 조사에 응한 414명의 탈북민 중 62%, 256명은 한국에 정착한 뒤 한 차례 이상 북에 남은 가족에게 송금한 적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 필자가 만나봤던 탈북민들도 대다수가 북의 가족들에게 송금했으며, 북한에 살던 시기에는 남한으로 와 있던 가족과 친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어떤 탈북민은 남한의 가족이 보낸 돈을 장사 밑천으로 활용해 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했다고 말했다. 다른 탈북민은 북에 있는 가족에게 트럭 한 대 사라고 돈을 전해줬다고 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교화소로 넘겨지기 전에 남한에 있던 이모가 큰돈을 줬기에 뇌물로 고이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어떤 이는 자식 대학교육을 위해 사용했단다. 이렇게 북한으로 송금되는 돈의 활용도는 남은 가족들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한 단계 발전된 생활을 영위하는 거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재산상의 이익을 주는 것’을 북으로 이동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마저도 남한에서 불법이 될 위기다. 종교단체나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이 조용히 전달하는 의약품이나 식량 등의 이동도 범죄행위가 된다.

대북 풍선 활동만 지목한 것인데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법률안의 문자 그대로를 읽자면 이 같은 접근이 틀린 해석은 아닌 듯 보인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일관성과 장기적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 특색을 감안하자면 언제 어느 정권하에서 이처럼 확대된 법 적용을 하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또 이 법안은, 앞서도 설명한 미국 국무부의 적극적인 대북정보 유입활동 지원 정책과 정면 대치된다. 최대의 동맹국인 미국은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적인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들여보내기 위해 북한 주민들 대상 맞춤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인쇄물은 물론 외부정보 콘텐츠를 담은 보조기억장치 등을 제3국을 통해서도 북한으로 들여보낼 수 없게 법률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이 개정 법률안은 북조선 주민들의 정보유통의 자유와 알권리, 사상표현의 자유 등 관련 인권을 차단하는 법률이라 할 수 있다. 거기다 한국 국민들의 시민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며, 동맹국의 대북정책과도 대립하지만, 북한당국의 북한 주민 대상 외부 정보 차단 정책과 비사회주의활동 단속과 금지, 처벌 관행에 동조 협력하는 법률안이다.

따라서 이 개정법률안의 별칭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 유입 및 유통 차단법’이자, ‘북한 주민의 알권리 박탈 방조법’이고 ‘북한 주민의 비사회주의 행위 처벌 옹호법’이며, ‘탈북민 가족 영구분리 조장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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