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 창건일 행사 위해 25일부터 무역·밀무역 차단”

중국 내 북한 공관 등에 중앙당 지시 하달…행사 자금 확보 과제도 떨어져 무역일꾼들 '한숨'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차량이 넘어오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25일부터 국가무역과 밀무역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최근 중국에 있는 조선(북한)대사관과 영사관, 무역회사 대표부, 개인 무역일꾼들이 오늘(25일)부터 국가무역과 밀무역을 모두 차단한다는 내용의 중앙당 포치를 받았다”며 “지난주 금요일(21일)에는 조직별로 이번에 내려진 지시의 세부내용에 대한 학습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시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10월 10일 당 창건일 행사를 위한 국가무역 및 밀무역 차단을 골자로 한 중앙당의 지시가 중국 내 북한공관과 무역 관련 기관, 일꾼들에게 일제히 전달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대중(對中)무역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도 내부에서 사재기나 물가 폭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국가기관의 밀무역을 조금씩 허용해왔는데, 곧 있을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바이러스의 유입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금껏 단 한 번도 중단된 적 없던 중앙당 38호실과 39호실, 군수공업부 99호실 등 특수기관의 밀무역을 제외하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가기관 소속 외화벌이 회사와 이들 회사로부터 와크(무역허가증)를 따내 활동하는 개인 무역일꾼들의 물자반입이 일시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정주년을 맞은 북한 당 창건일에는 열병식과 평양시 군중시위, 대집단체조 공연 등이 예정돼 있어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고, 지방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 당 및 행정기관 일꾼들, 노력 혁신자, 공로자들도 모두 평양으로 올라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자칫 코로나19가 유입·확산돼 집단 감염을 일으키면 국가적 행사를 치르는 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수도 평양시도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1개월이 넘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국경을 다시금 봉쇄함으로써 외부로부터의 물자반입을 최소화하는 등 방역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편, 중국 내 무역일꾼들에게는 이번 당 창건 기념일 행사를 위한 자금 확보 과제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이 막힌 상황에서 당장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일꾼들은 이 같은 당국의 과제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북한 무역일꾼은 “모든 무역을 당장 틀어막는다고 하면서 10월 10일을 위해 돈을 내라고 하는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면서 “그러나 내려온 과제는 어떻게든 집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에게 또다시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하는 형편”이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또 다른 무역일꾼도 “평양에 있는 고위 간부들에게 바칠 고급 선물이나 간부들이 부탁한 의약품 같은 물건들이 지금 이쪽(국경)으로 오고 있는데 오늘부터 무역을 막는다고 하니 당장 도착한다 해도 넘겨 보낼 수 없어 헐값에 팔아야 할 판”이라며 “급작스럽게 내려온 포치에 혼란스러워하는 일군(일꾼)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