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에서 교사가 학생 가정을 일일이 돌면서 1대 1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불투명한 상황에 밀린 가을학기 진도를 나가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웬만하면 모이지 않고 진도를 뽑을 방법을 연구하라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침에 따라 지난 19일 오전 교원들이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해 강의하라는 교육성의 지시가 학교들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교사들은 19일 오후 학생 가정을 돌면서 개별 방문강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교사가 집에 방문했을 때 내의(내복) 차림으로 있지 말 것, 밥상에 앉지 말 것 등의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안내 사업을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20일부터 실제 교사들이 학생 가정을 돌면서 1대 1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시간 수업에 일주일 분량에 해당하는 진도를 나가며 관련 과제도 내려주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정식 개학 전에 먼저 수업 진도를 나가게 된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진 게 없지만, 일단 주민들 사이에서는 ‘겨울에 비루스(바이러스) 균이 잘 죽지 않아 전염병(코로나19)이 더 세질 수 있어서 방역 때문에 학교에 모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내부에서는 국가가 학교별 월동준비가 힘든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앞서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개학을 또다시 연기한다고 통보하면서 올해 겨울방학을 없애고 수업할 예정이니 개학 전까지 한겨울 교실 난방에 필요한 월동준비를 진행하라는 지시를 함께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개학 또 연기…당 창건일 행사 후 발열 등 이상증세 나타나)
그러나 현실은 겨우내 교실을 따뜻하게 데울 석탄이나 땔감 등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대신 모금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결국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수업할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전염병이 나아지지 않거나 월동준비가 미흡해 개학이 안 될 때를 대비하고 있는 듯 하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이번 가을학기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상태로 수업 진도를 나가려나 보다” “이번에는 개학 없이 학기를 마칠 수 있다”는 등의 추측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의 학부형들이나 학생들은 다 같이 등교해서 학교에서 수업받는 것을 개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도를 못 나가 결국 졸업장을 못 타면 초모(징집)사업이나 대학입학 사업에도 문제가 생기니까 일단 밀린 진도를 빼는 게 시급하고, 그래서 개학 전에 먼저 진도를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이번 교육성 지시에는 개학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교원들이 학생 가정을 돌면서 수업 진도를 빼라는 내용만 들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내려온 11월 1일 개학 지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당일에 등교할지는 더 두고 봐야 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들은 하루 한 시간 가정방문 수업으로 일주일 분량의 진도를 나가는 것에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전례 없는 수업 방식에 “나라에서는 확진자가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 보면 뭔가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수군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평양에서는 내부 인터넷망을 통한 온라인 수업 방식을 적용해 가을학기 진도를 나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지방과 달리 평양은 그나마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앙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가생이든 지방에서 올라왔든 거의 다 판형노트콤(노트북)이 있기 때문에 화상 강의로 진도를 빼고 있다”며 “초·고급중학교나 소학교 학생들도 집에 판형노트콤이 있으면 화상 강의로 하고 없는 학생들을 따로 또 추려서 교원들이 방문강의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식통은 “후비간부 육성 대상인 평양 1고급중학교, 동평양 1고급중학교 학생들의 경우는 좀 특별한데, 국가가 판형노트콤이 없는 학생들에게 국정가격(18만 원)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해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