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체제결속 아닌 오히려 급변사태 불러온다

I. 낡은 녹음기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4차 핵심을 예고하였다. 한국, 미국, 중국의 반응은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 정부의 ‘엄중하고 단호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낡은 녹음기 틀기, 미국 정부의 ‘경제제재 이상의 제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루어지지 않을 희망, 중국 정부의 ‘북한이 신중한 행동을 함으로써 한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초래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경고인지 충고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태도는 예외 없이 과거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전야에 했던 발언과 구별할 수 없는 반응들이다.

설사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를 낳는다 하여도 바뀌는 것은 결코 없다. 차라리 북한은 미사일 발사 후 유엔결의를 기다릴 것이다. 이점은 지금까지 ‘인공위성(ICBM) 발사 예고=> 국제사회의 경고 => 미사일 발사 => 유엔의 제재결의1 => 북한의 핵실험 => 유엔의 제재결의2 => 핵전쟁 위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평양식 세트 메뉴’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결의를 핵실험으로 올라타면서 판돈을 올리는 태도를 취하였고 상황 악화의 책임을 국제사회에 돌리면 되었다.

특히 중국의 반응은 경극(京劇)처럼 전형화 하였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거칠게 비난하고 유엔 제재결의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일단 보인다. 이때 치매에 걸린 언론들은 ‘이번에는 중국이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 예측 기사를 쓴다. 그리고 유엔이 제재결의문 작성에 들어가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군사적 제재는 곤란하다는 점을 점차 강조하면서 마지막에는 솜방망이 제재결의를 이끌어낸다. 사실 유엔의 다른 국가들에게 중국의 이런 ‘사보타주’는 내심 반가울 수도 있다. 중국 때문에 자신들이 갖고 있지도 않던 강한 제재의도가 무산되었다고 책임전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제재결의 후 대략 한 달 후에 한국 주재 중국대사가 기자들과 만나 ‘남북한 양측의 자제와 평화적 해결방안’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의 조속한 필요성’을 언급하면 사태는 완전히 종료된다. 물론 북한과 중국 간의 무역은 더욱 활발해진다.

II. 식상한 평양식 메뉴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연계 핵실험도 식상한 메뉴이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큰 관심을 끌기를 원하는 주변국들의 반응은 이제 ‘귀차니즘’으로 변하였다. 다만 의무적으로 뭔가 반응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낡은 녹음기를 틀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북한 정권의 행태는 연민의 정마저 자아낸다. 촌스러움의 극치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에 대한 반응방식을 정말 냉정하게 결정할 순간이 왔다. 만일 중국이 군사적 수단을 유엔의 제재결의 포함시키는 것을 비토할 것이 분명하다면, 북한이 ICBM을 쏘던 핵실험을 하던 한국과 미국은 그냥 방치하는 것이 옳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 운운하면서 낡은 녹음기를 트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반응들이다. 한국의 언론도 더 이상 치매에 걸린 듯 ‘이번만은 …’식의 사설이나 기사를 쓰지 말고 미사일발사나 핵실험을 그냥 간략하게 보도하는 것이 한반도 상황의 개선에 기여하는 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객이 없는 연극의 주인공이 얼마나 한심한 지를 김정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은 주위의 관심을 독차지하지 못하면 참지를 못하는 유아적 단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고모부 장성택을 죽인 이유에 ‘시기와 질투가 있었다’는 탈북자의 주장에는 일말의 진실이 들어 있다.

III. 김정은의 발광(發狂)

만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조금도 관심을 쏟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원하지 않더라도 더 큰 도발 즉 더 큰 발광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완료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하여 공해상에 한 목표물을 띄우고 미사일로 맞추는 실험을 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의 선전매체를 총 동원하여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만방에 선포하면서, 한국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다는 협박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한국 국민이 북한의 핵협박에 공포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친북성향의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강경책’ 운운하면서, 북한의 도발은 한국의 무관심과 오만에서 비롯되었다고 비판할 것이다. 이에 힘을 얻은 북한 정권은 바다와 육지에서 조금 더 가시적이고 효과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핵전쟁 위협으로 무산시키려 들 것이다. 그러나 이때가 바로 북한 정권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이다.

한국은 지난번 북한의 지뢰도발과 한국의 대북확성기 방송 그리고 연이은 전쟁위협의 와중에서 김정은의 협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완전한 허풍이었다. 그리고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은 북한 비위 맞추기가 아니라, 한미군사동맹의 확고한 대북태도와 한국정부의 철퇴를 내리겠다는 단호한 결심, 그리고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다행히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확보 가능하며, 이미 대북정책의 결정적인 ‘게임체인저’임이 확인되었다.

한미의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 정권의 핵위협을 낡은 녹음기로 만든 후에, 한국은 비군사적이고, 북한체제에 치명적이며,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플랜B’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KBS의 한민족 방송의 완전한 개편 및 대북방송 강화, DMZ에서의 대북확성기방송 재개, 한국TV의 북한지역 송출, 북한지역에 구축될 수 있는 위성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정권에게는 사실상 두 가지 선택지 이외에 없다: 하나는 큰 도발을 하지 않고 현 체제의 유지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수령전체주의는 이미 장마당과 뇌물 시장경제, 한류의 범람과 체제이완으로 정권의 명령이 하부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 공장은 각자도생을 위해 시장에 팔 물건을 만들고, 명령과 복종은 형식화 되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김정은 본인부터 개입된 뇌물지상주의는 명령이나 위반을 없는 것으로 만듦으로써 체제 저항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민들의 봉기나 핵심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심장이 지치면 결국 심부전(心不全)으로 이행하듯이, 북한정권은 체제부전(體制不全)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에 반항도 안하지만 순응도 안하며 무엇보다도 관심이 없다. 이점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노동당 입당에 관심을 접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돈이 당보다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김정은 정권은 체제부전의 늪으로 북한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대규모 대남・대미 도발이나 협박을 주기적으로 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국의 반응들이 점점 무관심쪽으로 변하고 나아가 북한주민의 반응도 과거와 같지 않게 되면, 북한 정권은 어쩔 수 없이 도발수위를 올릴 수밖에 없다. 도발이라는 체제유지 마약의 효과가 점점 약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때가 바로 북한문제 해결의 기회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대부분 북한전문가들의 생각과는 달리, 내부에서 일어나기 보다는 ‘북한정권이 도발로 시작하고(trigger·방아쇠) 한국이 유연하고 단호한 행동으로 완성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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