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내부에 ‘친한(親韓) 개혁파’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최근 김정일의 9.9 절 행사 불참과 관련해 김정일 신체 이상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현재 별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다는 설과 약간의 마비는 있지만 특별한 지장은 없다는 설이 다수설로 보인다. 마비가 심각하다고 해도 뇌 기능에 문제가 없는 이상 당장의 통치 자체에는 큰 문제를 가져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김정일 통치체제에 근본적 문제가 없더라도 후계자 조기 지명 문제는 급격하게 부상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사실 김정일이 멀쩡하게 회복되더라도 이번 일을 겪은 이상 후계자 조기 지명 문제 부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정일 1인 수령독재시대의 마지막 장(場)이 개막되다

후계자 조기 지명 문제가 부상하면 단기적으로 김정일의 권력 통제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도 중장기적으로는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이 불가피하다. 후계자 지명 문제는 결국 김정일의 통제력 약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북한처럼 권력이 한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권력 통제력이 약화된다면 북한 체제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바야흐로 김정일 1인 수령독재 시대의 마지막 장이 열린 것이다.

김정일 시대가 끝나면 북한은 어디로 흘러 갈 것인가? 이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한국과 주변 국가의 구체적인 대응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김정일 이후 현재와 동일한 노선으로 통치하는 제2의 김정일이 안정적인 권력 장악에 성공한다면 별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정일 시대 이후 두 가지 변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급변(hard landing)과 완변(緩變, soft landing) 시나리오이다.

완변(緩變), 즉 소프트 랜딩은 김정일이 어느 정도 잡음은 있더라도 안정적 후계 구축에 성공할 경우이다. 그럼에도 김정일의 후계자는 집권 후 새로운 민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김정일과 달리 점진적 또는 급진적 개혁, 개방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핵 문제가 개혁, 개방에 장애가 된다면 비핵화에 협조할 가능성도 있다.

급변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이 후계자를 지명하더라도 그 후계자가 실질적 권력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권력 내분이 심화된다. 과거 북한 역사를 볼 때 권력 투쟁에서 패배는 자신과 전체 가족의 몰락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권력 투쟁은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급격한 혼란에 빠지고 국제 사회의 개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급변과 완변의 중간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김정일 유고 시 심각한 권력 투쟁에 빠지나, 제 3의 인물이 급부상해 신속히 권력을 장악하고 사태를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도 누가 권력을 잡든 북한 주민의 민심을 얻기 위해 개혁, 개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근대사의 세 번째 대전환기 임박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북한체제의 성격 변화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변화는 근대 한반도 역사의 3대 대전환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 해방과 한국전쟁이 각각 시대의 대변화를 가져온 전환기였다면 김정일 유고와 북한의 권력 전환은 제 3의 새로운 대전환이 될 것이다.

자, 그럼 이러한 대전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성취 목표는 무엇이며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김정일 유고 시 북한이 급변하든, 완변하든 간에 한국 정부의 목표는 명명백백하다. 단기적으로는 북한 사회 혼란과 난민 발생을 최소화하고 비핵화와 개혁, 개방을 통해 북한 사회의 안정적인 재건을 이룩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주도의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이룩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는 무엇인가? 미국과 북한 급변사태 대비 작계 5029를 만드는 것인가? 미국, 일본, 중국 등과 외교를 강화하는 것인가? 북한 내 고급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첩보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가?

물론 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내 친한(親韓) 개혁파를 육성하는 것이다.

북한 전환기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친한 개혁파” 육성

김정일 유고가 북한의 안정적인 재건과 평화적인 남북통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김정일 이후 들어설 정권이 개혁, 개방을 추진하면서도 친한국적인 세력(친한 개혁파)이어야 한다.

만약 포스트 김정일 정권이 개혁, 개방 지향적이긴 하지만 친중적이라면 평화적인 통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또 포스트 김정일 정권이 친한국적이기는 하지만 경제 재건, 사회 안정에 무능하다면 북한은 한국에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권력 교체기 중에는 구한말 전환기처럼 미, 일, 중, 러 주변 강대국들이 자기 세력들을 부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구한말 친일, 친중, 친러 세력들이 서로 각축했듯이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북한에도 친중, 친미, 친러, 친일 세력들이 등장하여 서로 각축할 것이다. 이 경쟁에서 한국이 소외되면 한반도 미래 운명은 또 다시 우리 손을 벗어날 것이다.

물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미, 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도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 내의 친한 개혁파라는 레버리지가 있어야 주변국과의 외교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북한 전환기에 주변국의 외교 목표는 서로 다르다. 한국은 통일이 궁극적 목적이다. 미국은 핵무기 통제와 제거가 가장 큰 목적이다. 중국은 미국 영향력을 견제하고 북한을 중국 안보의 교두보로 유지하는 것이 제일의 목적이다.

이렇게 외교 목표가 상이하기 때문에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한반도 주변국과 국제공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 내 강력한 친한 개혁파가 존재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외교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김정일 이후 북한에 친한국 개혁 정권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한국은 지금부터 친한 개혁파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친한개혁파 육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전략

친한 개혁파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 정부가 직접 이 작업에 공개적으로 나선다면 남북 간에 긴장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여전히 김정일의 뇌 기능에 손상이 없는 현 조건에서 말이다. 때문에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북한 내 친한 개혁파 육성은 민간이 주도하고 한국 정부는 원거리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럼 북한 내 친한 개혁파 육성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한국 정부는 무슨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 내 친한 개혁파 육성을 위해서는 입체적인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북 라디오 방송의 강화 등 북한 내 외부 정보 유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일성이 죽었던 1994년과 현재의 근본적 차이 중의 하나는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외부 라디오도 많이 듣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비디오, CD 등 영상물도 많이 시청한다. 따라서 북한 내에 남한 정보를 많이 유통시킬수록 북한 주민들의 친대한민국 성향이 강화될 수 있다.

정부는 민간대북방송, 인권재단 지원해야

그리고 지금은 과거와 달리 민간대북방송이 활성화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KBS의 북한 관련 방송과 민간대북방송의 기능과 역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영향이 큰 방송은 남북 정부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민간 대북방송은 한국 국민의 독자적 목소리를 북한 주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생생히 전달할 수 있다.

둘째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를 지속하는 것이다. 한국 내 북한인권운동 강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다. 정부는 “한민족인권재단”과 같은 민간이 주도하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재단 설립을 지원하여야 한다.

이 재단은 북한의 긴급상황 시 인도적 위기에 대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시 이에 대응하는 민관 합동체제가 필요한데 “한민족인권재단”이 민간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사시 북한 난민 수용과 북한 내 국군포로, 납북자 등을 구출하는 것도 인권재단의 주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셋째 대북 교류 협력 채널을 활용하여 친한 개혁파를 지원하는 것이다. 교류, 협력, 인도적 지원과 경협 사업은 한국인들이 북한의 상류층을 접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채널이다. 이 채널은 유사시 북한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고 북한 내 개혁적 친한파를 지원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남북 교류, 협력, 인도적 지원 사업을 주도하는 사람들 중에는 친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들이 교류, 협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전략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에 있어서 큰 기회는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다. 다행히 최근 김정일 뇌졸중 소식은 한국으로 하여금 대전환기 예행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한국 민족은 구한말 이후 큰 역사적 재편기 때마다 매번 잘못 대처하여 민족적 불행을 자초했다. 역사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우리 세대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이번에는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 국민들은 이제 일상에서 깨어나 역사의 큰 흐름을 보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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