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접경 지역서 바라본 주민들의 축구경기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필자는 지난 여름, 북중접경지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들의 축구대회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양강도 혜산시 혜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시군 련합기업소 대항 군중체육대회> 중 한 장면이었다. 그 뜨거운 여름 날씨에도 관중석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경기를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어린 손자와 함께 경기장에 나온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의 재롱보다 축구경기에 더 관심 있는 듯 보였다. 커다란 상자를 둘러메고 관중들 사이를 돌며 물건을 파는 상인도 보였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는 빨간 선전구호만 아니라면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종합경기장에서 개최된 월드컵 예선전 남북한 축구경기는 사상 유례없는 전례를 남겼다. 손흥민(토트넘) 선수는 귀국 인터뷰에서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북한이 너무 거칠었고 욕설도 심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인터뷰를 통해 그날의 경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비정상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응원단과 기자들의 방문도 거부한 북한당국은 무관중, 무중계라는 카드로 자신들의 불만을 드러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운운한 지 불과 1년도 안되는 시점이다. 국제관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최악의 조치다.

더욱 가관인 건 우리 정부의 태도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통일부 국감장에서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응원단이 안 갔으니, 북한에서도 무관중으로 공정하게 배려해 주었다는 인식이다. 남한에서 응원단이 안 간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의 거부로 못 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정하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찬양도 이 정도면 도를 넘어선 것 같다. 대체 그들이 말하는 평화, 공정, 정의는 무엇일까? 대표선수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하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로 거친 경기였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리를 배려해서 응원단 없이 경기를 치르게 했다는 이 논리는 정상적인 사고라 할 수 있을까?

정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 비상식이 상식이 되고, 불의가 정의가 되며, 반통일이 평화로 인식되는 시대를 마주한다.

통일부 장관이 온갖 행사나 돌아다니며 생색내기에만 관심을 뒀으니, 정작 이런 문제를 사전에 풀 의지나 방안이 있기라도 했을까? 주무장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해도 부족할 판에, 북한 정권을 위해 공정하다 외쳐대는 그야말로 통일 조국의 적폐임을 역사가 증명하리라. 통일부가 ‘북한대변인’이라는 지적을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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