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밤에 전기도 안 주는 게 김정은式 인민사랑?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정권이 유독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인민사랑’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노동신문을 보면 그야말로 “인민은 하늘”로 대변된다.

7월 14일자 노동신문은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은 생명의 뿌리이고 하늘처럼 떠받는 신성한 존재”라고 언급한다. 높임말은 오직 김 씨 3부자(김일성·김정일·김정은)만을 위해 써야 한다는 북한이지 않은가. 그런데 인민을 ‘거룩하고 성스럽다’는 의미로 표현했다. 23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리에 건설 중인 광천닭공장 현지지도를 소개하며 “인민을 가장 귀중히 여기고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는 우리 당”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어서 31일자 기사는 김정은의 말씀이라며 <나라의 근본인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으며 인민의 리익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노동신문뿐만이 아니다. 김정은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은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 가사는 인민사랑의 구호를 가슴에 새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에서 핵심은 바로 인민이라고 선전하기도 한다.

인민사랑을 이토록 강조하지만 정작 ‘인민의 낙원’에 인민은 없다. 필자가 지난해 4월과 8월 북중 국경에서 촬영한 자강도 어느 마을의 모습은 북한 정권이 무엇을 강조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4월 촬영한 북한 자강도의 한 마을.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붙은 건물 옆에 새로운 작업 현장이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먼저 4월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흰색 건물 외벽에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크게 붙어 있다. 그 건물 옆에는 가림막으로 가려놓은 채 나무로 골조를 세운 작업현장이 보인다(빨간색 원). 8월에 다시 그 지역을 찾았을 때 공사는 완료되었고 새로운 조형물이 하나 세워졌다. 몇 개월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조형물은 다름 아닌 선전판이었다. 건물 높이와 비슷한 규모의 대형 선전판에는 <위대한 주체사상 만세>라는 붉은색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선전판에 쓰인 글귀처럼 주체사상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해 8월 촬영한 북한 자강도의 한 마을. 낮(左)에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밤(右)에는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위대한 주체사상 만세’라는 선전 구호가 유난히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똑같은 위치에서 밤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더욱 놀랍다. 일반 주민들이 사는 집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암흑천지다. 낮에 보였던 건물이 어둠 속에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인민을 위하여 복무한다는 건물과 선전 구호는 환하게 불을 밝혔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다면 그나마 부족한 전기를 선전판을 밝히는 데 사용할 게 아니라 주민들의 집으로 송전해야 함이 마땅하다.

결국, 말로는 인민을 위한다고 큰소리치지만 실제로는 정권을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허울뿐인 주체사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