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자들 “中만 버텨주면 우리는 안 나간다”

소식통 "中의 제재 완화 결의안 상정에 기대감↑...아직까진 차분한 분위기"

19년 2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을 막 빠져나온 북한 여성들. / 사진=데일리NK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전원 송환일(22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중국 내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근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이들은 공식적으로 ‘노동 비자’를 받고 해외로 파견된 사람들이 아니다. 중국에서 노동은 하고 있지만 단기 방문이나 학생 비자를 발급받고 나왔기 때문에 강제 송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6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문제가 포함된 제재 완화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관련 중국 기업이나 북한 노동자들은 제재 해제에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향후 노동자 신분으로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2일 송환일을 앞두고 중국 사장들과 일하고 있는 조선(북한) 사람들 모두 숨죽이고 위(중국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아직 어떤 조치도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평상시처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조선 노동자들은 솔직히 국제사회야 어찌됐든 간에 중국만 버텨주면 안 나가겠다는 것”이라면서 “꼼수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관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근 중국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이후 희망을 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9년 6월, 중국 단둥의 한 상점으로 들어가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사진=데일리 NK

제재 결의안 채택 후 파견 노동자 수 잠시 주춤했지만

2017년 12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제2397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중국을 비롯해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는 나라들이 신규 인력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를 관리하고 있는 북한 간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상반기부터 북한 주민에 대한 노동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북한 당국은 노동자 철수 문제에 대한 부담을 느꼈으며 해외 파견되는 노동자 수도 감소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부터 북한 당국은 ‘산업기술견습생’, ‘유학생’ 등의 신분으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선양(瀋陽)과 지린(吉林)성 투먼(圖們), 훈춘(琿春) 일대의 공장과 식당에 노동자를 파견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당국도 이를 눈감아줬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中 파견 노동자 ‘기술학습생’으로 둔갑, 인력 수출)

중국이 북한 당국의 이 같은 꼼수를 묵인하자 북한 당국은 2019년 들어 파견 규모를 오히려 더 확대하기 시작했다. 소식통은 “2018년 훈춘에 조선 노무자들이 1만 명이 되지 않았었는데 올해 들어 1만 3천 명을 넘었다”며 “제재에 따른 송환일을 앞두고 오히려 최대한의 인력을 중국으로 파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주요 외화벌이 수입원인 노동자 해외 파견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파견 노동자 전원 송환일 전에 최대한의 인력을 보냈다는 얘기다.

2018년까지 ‘산업기술견습생’이나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고 중국으로 나오던 북한 인력들이 올해 들어서는 비자없이 방문증만 발급받고 중국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방문증만 소지하고 중국으로 나올 경우 최대한의 체류 기한이 3개월이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은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북한 접경지역의 세관으로 들어가 체류 연장 도장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수천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도장을 받기 위해 세관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中 파견 북한 노동자들 꽁꽁 숨기고 제재 회피 방안 강구”)

그러나 대규모 인원이 도장을 받기 위해 세관으로 드나들면서 세관 업무가 마비되고 중국 기업에도 공백이 생기자 중국 지방 정부의 묵인하에 중국 기업과 북한 노동자 대표부는 체류 연장 도장을 받아야 하는 기한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어 소식통은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중국 기업과 최대한 많은 인원을 파견해 외화를 벌려는 조선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중국에서 인력을 요청하는 대로 바로 파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20대 미혼 여성들의 중국 파견이 두드러졌지만, 최대한의 인력을 송출하기 시작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40대 기혼 여성들도 중국 공장으로 파견되고 있다는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해외 노동자 송환일 다가오는데…中파견 신규 인원 늘리는 北)

단둥 신의주 북한 노동자 북한여성
조중우의교를 통해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나오는 차량, 노동자로 보이는 북한 여성. / 사진=데일리NK

“노동 비자로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전혀 없어”

이 같은 방법으로 북한 당국은 중국에 파견돼 있는 노동자들이 오는 22일 강제송환될 것에 대비해 노동 비자를 소지한 노동자들을 이미 철수시킨 상태다. 현재 중국 공장과 식당에는 대부분이 무비자 노동자이며 일부 유학생 및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나온 북한 주민들이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현재 중국에는 노동 비자로 파견된 사람은 없다”며 “파견된 노동자 대부분이 무비자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국제사회가 무슨 근거로 조선 노무자(노동자)들을 추방시킬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다만 북한 당국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을 받거나 자국의 이익과 충돌될 경우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추방시킬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북한 고위 간부는 “중국도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거나 미국과의 충돌이 자국에 이익이 안 된다고 느끼면 조선을 대변하고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할 수 있겠냐”며 “중국이 조선 노동자들의 무비자 노동을 눈감아주고 있는 행태를 미국이 걸고 넘어진다면 중국도 조선 노동자들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에도 신규 북한 인력들이 중국 식당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 16일에도 평양에서 온 신규 인력들이 중국 식당으로 왔다”며 “조선은 22일에 강제 소환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하루든 이틀이든 최대한 많은 인원을 중국에 파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