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현지식당 폭로한 기자를 평양에 초청한 북한

북한 식당
2010년 모스크바에 문을 연 북한 식당 ‘고려’ 의 내부 모습. /사진=연합

북한 해외 식당은 이름은 보통 비정치적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위치한 북한 식당도 그렇다. ‘평양 고려’과 ‘릉라도’ 두 곳이 대표적이다.

평양 고려 식당은 러시아 시내 가가린 광장에, 그리고 릉라도 식당은 모스크바 국립대 본관 근처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 내부는 어느 정도 변화했지만 이 식당들은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식당에 대한 평가는 다소 오묘하다. 예컨대, 러시아 파워 블로거 일리야 와를라모프는 평양고려 식당의 오리 요리와 가지 튀김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식당의 메뉴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요리사는 200개의 요리를 잘 만들 수 없죠’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중국의 북한 식당들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북한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모든 술은 러시아산이다.

식당 안 분위기는 참으로 냉랭하다. 다른 나라에 있는 식당에서는 접대원이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쉽지 않다. 예전엔 릉라도 식당 분위기가 좀 부드러웠지만,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이후에 평양 고려 식당처럼 어두워져 버렸다.

직원 중에 북한 사람이 아닌 경우도 포착된다. 필자는 2000년대 중반 평양 고려 식당을 찾았는데 ‘고려인’ 여자 직원을 목격했다. 김일성-김정일 휘장(배지)도, 인공기 휘장도 달지 않은 모습이었다.

모스크바 북한 식당의 최대 위기는 북한 당국의 정책이나 북러 관계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한 때문에 찾아왔다. 바로 러시아 저널리스트 프로젝트 ‘레위조르로’ 때문이었다. 여기서 레위조르로는 영문 ‘Revision’ (검토)와 스페인어 ‘Zorro’ (자경단(自警團) 가상 인물의 이름)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레위조르로’의 대표인 옐레나 레투차야 기자는 예고 없이 모스크바에 있는 어느 식당에 방문한다. 기자는 식당이 위생을 비롯한 다양한 규칙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데, 이 모든 기록은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2016년 10월 레투차야 기자는 릉라도 식당에 불시 방문을 하였다. 물론, 북한 직원들은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레투차야 기자는 북한 요리사에게 질문하려고 했지만, 요리사들은 러시아어를 할 줄 몰랐다. 한 요리사가 갑자기 중국말로 ‘뿌즈따오’ (不知道,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중국에서 근무했던 사람인 것 같았다.

부엌을 들여다보면서 레투차야 기자는 폭풍 비판을 쏟아부었다. 식품에 필수적인 마크가 없었던 것이다. 요리사들은 조리용 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모든 상황은 녹화되었다.

몇 분 있다가 북한 통역원이 도착했다. 바로 레투차야 기자는 ‘외투도 벗지 않고 부엌에 들어왔구나’라고 지적하였다.

통역원은 이런 방문은 미리 약속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투차야 기자는 러시아에서는 합법이라고 설명하였다. 뿐만아니라 예기치 않은 방문이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설명하였다.

녹화는 계속되었다. 기자는 냉장고 안에서 유통 기한이 지난 케이크를 찾아냈다. 북한 통역원은 손님에게 줄 케이크가 아니라고 했지만, 기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았다. 릉라도 식당의 메뉴에서 케이크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에야 안도하는 듯했다.

기자는 식장 건물 안에서 잠자리까지 발견했는데, 불법 이민자에게 준 주거지가 아닐까 물어보았다.

이 끊없는 의혹 속에서 드디어 식당 지배인이 도착했다. 처음에 공손했던 얼마 지나지 않아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통역원도 지배인도 기자를 욕하기 시작했다.

레투차야 기자는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평가를 내렸다:

북한이 닫힌 것처럼 릉라도 식당은 일반 사람들에게 열려 있지 않습니다. 레위조르로는 이 식당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지 않았다. 북한이 이 레투차야 기자를 북한에 초청한 것이다.

레투차야 기자의 방북 이야기는 식당 취재와 사뭇 달랐다. 옛 라틴어를 인용하면 ‘aut bene, aut nihil’, 즉 ‘좋게 말하든가 말하지 말든가’에 따른 이야기였다. ‘위대한 수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평양 만경대의 날씨와 분위기를 매우 높이 평가하였다. 이 이야기를 본 러시아인 대부분은 북한이 기자에게 돈을 주었다고 추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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