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전문가의 포부 “北에 끌려가는 정부 모습에 정계진출 결심”

신범철 "비핵화 협상, 애초부터 모래 위에 세워져...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어야”

지난 31일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을 서울시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 사진=데일리NK
지난달 31일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을 서울시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사진=데일리NK

“비핵화 협상은 2018년 3월 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평양에 다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을 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정부는 북한이 해안포 발사로 남북군사합의 위반해도 제대로 된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다. 북한 개별관광은 시기도 맞지 않고 방향성도 잘못됐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외교안보전문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전 안보통일센터장이 인재영입 6호로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비교적 상위 번호로 영입됐으니 자연히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 듯한데 그는 예상을 깨고 천안갑 예비후보로 총선 레이스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31일 지역구에서 선거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신 전 센터장과 어렵게 인터뷰 시간을 맞췄다.

정계 진출에 놀라고 지역구 출마에 더 놀랐다는 기자의 말에 신 센터장은 “하마터면 편하게 살게 될까 봐 정면승부를 택했다”며 웃었다. 신 전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하마터면 편하게 살뻔했다>는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를 하려면 결국에는 지역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 제 고향 지역이 당협위원장이 없는 사고지였다”면서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고향에 내려가서 시작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인재영입 통보를 받고 같은 날 오후에 아산정책연구원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신 전 센터장. 그 다음날인 21일 한국당에 당원 가입을 하고 23일 지역구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그날 고향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이사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고 한다.

정계 입문이 오래 전부터 계획에 있었냐는 질문에 신 전 센터장은 “정치를 생각하게 된 것은 2년도 되지 않았다”며 “정책 전문가로서 언론을 통해 나름대로 대북 정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메아리치지 않는 공허함을 느꼈고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너무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치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전 센터장과의 인터뷰 전문]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너무 단기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중심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안보에 대한 엄중함과 북한과의 대화 기조가 함께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8년 9·19 평양 공동선언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를 완화하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요구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미 간 갈등이 시작됐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비핵화 협상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하면서 남북 군사 분야 부속합의서를 위반했는데도 제대로 대응도 못 했다. 탈북자가 입국했는데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다면서 3일 만에 북송한 것은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할 만한 심각한 문제였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2018년 3월 6일, 날짜가 잊혀지지도 않는다. 그날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평양에 특사로 다녀와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때 조건이 붙어 있었다. ‘체제가 보장되고 위협이 해소되면 비핵화하겠다’ 그건 북한이 오래전부터 늘 하던 주장이었다. 북한이 비핵화를 얘기했으면 정 실장이 ‘당신들이 얘기하는 비핵화가 과거부터 얘기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하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개념이냐’라고 확인했어야 했다. 안보실장이면 북한의 비핵화 조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간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간 미국을 통한 비핵화 협상을 평가해보면 북한의 여건만 좋아졌다. 북한은 계속 핵 개발을 하고 있고 제재는 대화가 시작된 시점부터 느슨해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사이 북중, 북러 관계가 회복됐다. 2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볼 때 북한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제대로 된 비핵화 개념은 무엇이고 전체 로드맵을 제안하고 여기에 합의하면 제재를 완화해준다는 프로세스로 갔다면 그 당시는 북한이 워낙 강력한 제재가 있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검토했을 것이고 실질적인 비핵화가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처음부터 중요한 체크 포인트를 간과한 것이 현재의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를 유발했다고 본다.”

그럼 현재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북한 행보를 볼 때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당장 정상회담이나 남북 간 이벤트로 성과를 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이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강력한 제재가 유지될 것이고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에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국제기구의 검증하에 핵동결로 가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시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건 후세에 핵을 물려주자는 얘기다. 지금 당장은 북한을 다루기 편할 수 있고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많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전략 상황이 변화해서 한미 관계가 악화된다면 북한은 ‘한미동맹을 파기해라, 우리가 너희를 보호해주겠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를 택하지 않은 북한이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그런 가능성을 왜 열어두어야 하나. 절대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실질적인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핵이 있더라도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완전한 북핵 불용원칙을 유지하고 그것을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우리의 억제력을 튼튼하게 유지해 나가면 북한이 핵을 가지고도 할 게 없어진다. 그러면 결국 핵을 유지하는 비용과 포기했을 때의 혜택을 고민할 것이고 핵에 대한 북한의 전략이 바뀔 때 진정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북한 핵을 인정해주고 잘 지내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동맹국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미국을 보면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 문제에 대해 걱정이 크다. 동맹국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잘 못하고 있다고 본다. 더욱이 주한미군이 기지 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4월부터 무급 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통보까지 한 것은 경솔했다고 본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한국의 일이기도 하고 미국의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국도 주한미군 주둔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방주의적 행동을 취한다면 한국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한국 정부도 금액을 아끼는 것은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협의를 할 때 어느 정도 미국과 주고 받는 협의를 해야 하는데 기존 SMA(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틀만 강조하다보니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융통성 있는 협상 전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인재영입 기자회견 당시 자유한국당을 정책 전문 정당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친절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실제 만나보면 그렇지 않은데 자유한국당은 전문성이나 커리어면에서 뛰어나지만 약간 오만하다고 비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절한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 전문성은 기본이지만 전문성을 갖추고도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제가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절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친절한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역구에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명함을 돌리는데 방송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알아보시는 분은 50명의 1명꼴이다. 그래도 선거법을 지키기 위해서 당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자원봉사자들 위주로 선거 운동 준비하고 있다. 그래야 보수가 변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시작해서 성공해야 새로운 보수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