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마침내 완전한 홀로서기?… “제도적 장치 지속 강구할 듯”

전문가 "권력적 홀로서기? 정통성 강조 위해 선대 지속 활용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5일 오전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그의 후계자로서 사실상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는 집권 첫 해인 2012년 7월 북한군 최고계급인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고, 약 4년 뒤 7차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를 통해 각각 당 위원장과 국무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마침내 당-정-군의 모든 최고위 직책에 올랐다.

이를 두고서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유일 지위를 제도적으로 정리·구축함으로써 권력적인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제도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성공해 사실상 국가기구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점에서, 권력적 측면의 홀로서기는 이미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에서 북한 정권수립 이래 처음으로 최고지도자가 선출되지 않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대의원 미선출 배경과 관련해서는 현재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곧 김 위원장의 유일권력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막바지 제도적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력 지위에 ‘종점’ 찍는 헌법 개정 이뤄질까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19일 데일리NK에 “김정은 정권은 2012년 집권 이후 7차 당 대회와 당 전원회의 등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유일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까지 연결시키면 이번도 김정은 유일 체제를 공고화하는 단계적 절차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당선자 명단에 김 위원장이 빠진 데 대해 “(북한이) 추후에 어떤 조치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만약 곧 예정된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헌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수령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절차는 모두 마감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10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자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 앞에 책임진다'(105조)는 등 북한 사회주의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무위원회 관련 조문이 이미 수정이 됐거나 조만간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무위원회를 최고인민회의에 종속된 기구로 두지 않고 독립적인 혹은 이를 넘어서는 상위의 기구로 만들어 김 위원장의 권력과 지위를 한층 높이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권력 분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북한은 이번 14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이든 혹은 다른 직책을 새로 만들든 김정은이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반영하는 방향에서 (헌법을) 개정하려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며 북한의 헌법 개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북한 주민들이 음력설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권력 공고화 위한 ‘선대 활용’은 계속 이어질 듯

이처럼 김 위원장을 명실공히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제도적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북한 내부적으로 김 위원장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선대 활용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도적으로 지위를 굳건히 세우는 것과 내부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권위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것. 결국 지도자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선대의 후광을 활용하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혁명전통에 뿌리를 두고 권력을 승계 받았고 또 그 권력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부정하거나 단절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홀로서기는 의미가 없다”며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모방하거나 벤치마킹하는 것은 자신이 정통성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활용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필요하기도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