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전화 봤다’ 자랑 화근…룡성약전대학생 ‘허위풍설 유포죄’ 체포

‘월남 선동’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온가족 추방 가능성...한순간에 ‘정치범’ 전락

김정은_GP_오성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3년 강원도 오성산 인근 초소를 방문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복무하다 지난해 말 제대한 대학생 장 모(20대 중반) 씨를 최근 돌연 ‘허위풍설 날조, 유포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7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장 씨는 룡성약전공업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국가보위성 국내반탐국 3과에 긴급 체포됐다. 보위성 측은 체포 이유에 대해 학교 측에 ‘정치적 발언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장 씨는 평양 출신으로 성분도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8년간 JSA 복무 중 지난해 가을경 군단 대렬과(하전사 인사 담당)의 추천을 받아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약전(弱電)에 관심을 둬왔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지난 7월 당국이 조기 방학을 하달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씨는 동기들과 집에서 생일 파티를 했고, ‘남조선(한국) 사람도 봤냐’는 질문에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군사분계선엔 ‘귀순 전화(귀순 벨)’라는 것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또한 장 씨는 자연스럽게 “이는 우리 조선(북한) 군인이나 주민들 귀순과 탈북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까지 늘어놨다. 친구들은 JSA 복무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비밀 이야기에 당연히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술자리는 즐겁게 마무리됐지만, 군사 비밀 실토는 화근으로 작용했다. 한 친구가 집에 와서 자랑하듯 털어놨고, 중심구역 인민반장인 어머니가 바로 구역 보위부 소속 동 도위지도원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가 30년간 보위부 정보원을 해온 성실한 ‘스파이’였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상부에까지 보고됐고, 이 같은 비극으로 치달았다. 장 씨는 조사 과정에서 ‘술 마시고 실수했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지만 조사 당국은 아버지 면회 요구도 거절하는 등 상황을 엄중하고 보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은 ‘월남(越南) 선동’과 더불어 ‘군사비밀 누설죄’까지 덧씌워져 온 가족 평양 추방이라는 정치적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당국이 ‘남조선’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씨 체포 사건에 대학도 발칵 뒤집혔다.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호기심 어린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있지만, 학교 측은 불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입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한편 우리 군 당국은 지난 2012년 10월 ‘노크 귀순’ 사건 발발 이후 전방 철책 지역에 전화기와 인터폰, 안내문, 백색 깃발, 야간 식별 띠 등을 추가로 설치키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