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상회담 ‘9월 안’ 개최 합의…北리선권 “장애물 해결해야”

평양 방문 구체적 날짜는 아직…北, 고위급회담서 南 '대북제재 유지' 입장에 불만 표한듯

남북이 9월 안에 평양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일정에 올라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도출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에 대해 남북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체적인 일정이 잡힐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됐으나, 이날 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데 그쳤다.

이밖에 이날 채택된 공동보도문에는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 10분까지 전체회의를 진행했으며, 이후 한차례의 수석대표 접촉(30분)과 두 차례의 대표 접촉(1차 9분, 2차 1분)을 거쳐 오후 1시 26분께 종결회의를 가졌다.

북측 단장인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북남 사이 미해결로 되고 있는 문제, 북남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북남관계를 일정대로 발전시키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실행해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통일부 장차관 선생도 다 나오고 청와대도 나온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아도 필요한 대책을 세우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언급하지만 북남 회담과 개별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남북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또 비공개 개별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북한 관영매체가 남측의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비난한 바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이와 관련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은 종결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북측이 제기한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앞으로 판문점선언 이행 차원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서로 간에 잘 펴나가야 하는 게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일반적인 지적이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제기돼왔던 여러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또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경협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북측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그런(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공동으로 해나가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가을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를 폭넓게 설정한 배경을 묻자 “이번 가을 정상회담은 지난번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북측 지역 평양에 가서 하는 것인 만큼 초청하는 북측의 입장이 어떤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일단 가급적 빨리 하자는 방향에서 논의가 됐으나, 북측의 일정과 상황들을 감안할 때 9월 안에 평양에서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서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 향후 북측과 협의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리 위원장은 종결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날짜도 다 돼있다”고 말해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 그는 “비핵화 평화체제에 기본적 논의가 있었다”며 “북측은 나름대로 비핵화 관련해서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고, 우리는 북미 간 진행되고 있는 협상이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와 함께 선순환 구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논의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조 장관에 따르면 이날 남북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대한 합의서 체결 및 개소식 개최 ▲철도·도로 연결 현대화 협력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지속 진행 ▲북측 예술단 가을 방남 공연 ▲10·4선언 남북 공동 기념 ▲군사회담 관련 합의서 채택 등 판문점선언 이행과 관련한 여러 사안에 대해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