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백스(COVAX)를 통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다른 백신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북한정세 브리핑: 쟁점과 포커스’라는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해외 백신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현재 확보량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는 앞서 북한에 백신 약 200만 회분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이 관련 행정 처리를 지연해 여태껏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도입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대체 백신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략연은 미국이 저소득 국가에 기부할 예정인 화이자 5억 회분 공여 대상에 북한도 포함돼 있으나, 현재까지 도입 관련 진전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략연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 백신 도입에도 소극적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백신은 효능에 대한 불신으로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러시아 백신은 무상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도입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북한이 3월 말부터 해외에 주재하고 있는 공관원들이나 무역원들의 백신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이날 이상근 전략연 한반도전략연구실장은 “해외 주재하는 북한인들은 현지 백신을 맞고 있다”며 “각자 알아서 백신을 맞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 (접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전략연은 이 같은 내부 상황이 최상건 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의 해임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당 중앙위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해임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상건은 지난 8일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진행된 당·정·군 고위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처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국가 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중 과학기술적 문제와 관련해 보건 분야를 총괄하는 최상건이 문책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인태 전략연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적 문제에는 백신 개발이나 치료제가 포함될 수 있는데, 그것이 일정부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상방역 장기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주문량을 늘린 것으로 보이나 이 부분에서 부진해 이를 총괄하는 당 과학교육부가 문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기동 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최동명 과학교육부 제1부부장도 이번 참배에 나타나지 않아 최상건과 동시에 나간(해임된) 것 같다”고 했다. 최동명은 지난달 중순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당시 분과별 회의가 열렸을 때 방역분과에 참여했던 중요 인물 3명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략연은 코백스를 통한 지원만으로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없어 향후 백신 공여를 남북협력 카드로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한국이 제재 완화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경우에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중국의 도움만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면 대남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