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北 예심 제도 폐지…형사사법 체계 대대적 개편

북한 수감시설 일러스트. /일러스트=DALL.E(AI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

북한이 정권 수립 이후 70여 년간 유지해 온 예심(豫審) 제도를 전격 폐지했다. 이는 2023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에 따라 형사사법 절차를 수사기소재판의 3단계 구조로 단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은 표면상 형사사법 절차의 간소화와 인권 보장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의 통제 강화와 신속한 처벌 체계 구축을 위한 정치적 법제 개편으로 평가된다.

○예심 제도 폐지, ‘소련식 4단계 사법 구조’의 개혁

북한은 그동안 구소련의 사법제도를 이식받아 형사절차를 수사-예심-기소-재판의 4단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예심은 기소 전 단계에서 공소사실을 확정하는 절차로,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3년에 개정된 형소법에서는 예심 절차를 완전히 폐지하고, 수사 단계에 그 기능을 통합하여 수사-기소-재판의 3단계로 단순화했다.

형소법의 체계와 내용도 대폭 수정했다. 기존 9장 435조였던 법문은 8장 390조로 간소화되었으며, 250여 조항이 수정·축소되는 등 대대적인 정비가 이루어졌다. 북한이 이처럼 70여 년 만에 형사사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한 것은 김정은 시대 국가전략인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 전략’(2021년 제8차 당대회)과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 제도 정비의 일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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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보장의 외피, 통제력 강화의 내면

이번 개정 형소법은 표면적으로는 인권보장 환경과 절차를 표방한다.

변호인제도 보완(제95조, 제99조~제101조), 구속·구류 기간 단축(제138조, 제148조, 제290조 등), 국제 표준어 사용 등의 수정으로 법적 절차에서 인권 관련 내용을 보완했다. 그러나 전체 조문의 분석 결과, 실질적 변화는 공권력의 집중과 당적 통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심 제도가 폐지되면서 수사 단계의 권한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고, 검사에게 수사 지휘권을 명문화하는 조항도 신설되었다. 특히 개정법은 수사 기간에 대한 명확한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 구속수사 체제로의 회귀를 가능케 했다. 이는 절차적 안전장치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수사·기소·재판 전 과정에서 당의 통제력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뚜렷이 보여준다.

형사사법절차의 합리화인가, ‘통제정책의 법제화인가

그간 북한의 예심 제도는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절차로 비판받아 왔다.

기존 형소법에서는 수사 단계에서 최대 10일, 예심 단계에서 최대 5개월, 검찰 단계에서 15일까지의 구속이 허용되었고, 2012년 개정 시에는 이 구속 기간을 최대 4개월 25일에서 1개월 더 연장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은 사실상 ‘합법적 장기 구금’을 제도화한 것으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등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인권침해 문제로 제기해 온 사안이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비판을 완화하는 ‘형식적 정상화 조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기관의 권한 집중, 절차 단축을 통한 신속 처벌 강화 등 ‘체제 유지형’ 형사정책으로 귀결되고 있다. 결국 북한의 사법제도 개편은 ‘인권 보장’보다 ‘체제 보위’의 관점과 논리가 우위에 놓인, 이중적 개혁의 성격을 지닌다고 평가된다.

사법기구에 대한 당적 통제 강화

형사소송법 개정은 사법기관의 당 종속화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북한은 노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사회안전성, 최고재판소의 기능을 재편하며 사법권의 정치적 지위를 격상시켰다. 특히 2024년 12월 제8기 제11차 당 전원회의에서 사회안전성 형사수사국장(강명철, 대좌)을 당중앙위원회 위원 겸 검사위원으로 승진시켰다. 통상 북한 당·정·군 권력구조의 요직 중 불과 130여 명 정도로 구성되는 당중앙위 정위원에 사회안전성 영관급이 포함된 경우는 이례적인 사례로 구분된다.

방두섭 북한 사회안전상과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부 장관은 9월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만나 실무회담을 열고 협정을 체결했다고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붉은색 원 안의 인물이 강명철 사회안전성 형사수사국장(당중앙위원회 위원 겸 검사위원)이다. /사진=주북 러시아 대사관 텔레그램

대외용 정상화와 대내용 통제 강화의 병행전략

이번 개정은 김정은 체제가 구사하는 이중적 통치 전략의 전형이다. 대외적으로는 변호권 강화, 구속·구류 기간 단축 등 ‘인권개선’ 조치를 내세워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응하고, 대내적으로는 사법절차를 단순화하여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 단속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보완했다.

이와 동시에 북·러 간 사법·공안 협력 강화도 주목된다. 올해 8월 윤광원 북한 최고검찰소 부소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형사사법 협력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어 9월에는 방두섭 사회안전상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내무부와 치안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북한이 국제 제재와 내부 위기 속에서 ‘법·치안 네트워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절차 개혁의 외피 속, 체제보위의 내실

북한의 2023년 형사소송법 개정은 단순한 절차 개선이 아니다.

이는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체제 위협 요인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사회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사법 개편이다. 예심 제도의 폐지는 형사사법 체계의 절차적 효율화를 상징하지만, 그 실질은 체제 통제 효율화를 위한 제도적 재구성이다. 결국 이번 사법제도 개편은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김정은 체제의 “법을 이용한 통치(rule through law)”를 강화하는 전형으로 평가된다. 예심 제도의 폐지는 형사사법 절차를 수사·기소·재판의 3단계로 단순화함으로써, 전 과정을 하나의 통제선 안으로 통합하려는 제도적 개편이다.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의 법은 더욱 정치적이고 효율적인 통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표면적인 “법 제도 강화”의 이면에는 “법으로 통제한다”는 전체주의 통치 논리가 명확히 반영된다.

이처럼 2023년 형사사법제도의 개편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비롯한 체제 위협 요소를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통제 범위를 확대하려는 다층적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인권 환경을 중심으로 김정은 시대 형사사법제도의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그 파급 영향 측면을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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