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열병식 참가한 평양 민방위대학서 코로나 의심환자 발생

행사 전부터 증세 보인 학생 10여 명 급히 구급차 실려 평양 밖으로 이송…중앙당 '불호령'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9일 정권수립일(9·9절) 73주년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일(9·9절) 73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평양 민방위대학 학생 10여 명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긴급히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9·9절 열병식에 참가한 민방위대학 학생 30~40대 남녀 16명은 고열과 구토, 호흡곤란 등의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여 지난 12일 구급차에 실려 갔다.

평양 룡성구역에 있는 민방위대학은 준군사조직인 교도대나 민방위의 지휘관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여느 대학과 달리 30대 이상 가정이 있는 학생들이 과반수라고 한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에 대체로 교도대 지휘관이나 당 민방위 지도원 등으로 배치된다.

이번에 코로나 의심 증세가 나타난 학생들은 열병식 참가 전인 9월 초부터 미열 등의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열병식 연습 당시부터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훈련하는 강행군에 이들이 단순 감기에 걸린 것이라 보고 열병식 지휘부에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그리고는 해당 학생들에게 자체적으로 감기약을 제공하고 열병식에 참가시켰는데, 이들이 열병식 이후 고열에 구토,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이자 12일 중앙비상방역위원회에 사안을 보고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비상방역지휘부는 곧바로 1병원, 2병원 구급차를 동원했고, 코로나 의진자인 학생들에게 방호복을 입히고 방호마스크까지 씌운 뒤 구급차에 태워 평양 밖으로 내보냈다”며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평안남도 안주 쪽의 격리시설에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 중앙비상방역위원회는 곧바로 민방위대학 전체를 봉쇄하면서 열병식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모두 기숙사에 15일간 격리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산하 룡성구역 비상방역위원회를 통해 즉각 방역일꾼들을 보내 대학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일로 열병식 지휘부에는 중앙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열병식 지휘부를 집합시켜 특별 자체 검토를 진행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당 조직부는 “1호 행사(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하는 행사)로 치러진 열병식에 열 환자들이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었다” “녹화중계를 했으니 망정이지 실황중계(생중계)에서 사고가 났으면 어쩌려고 열 환자들을 참가시켰나”라며 관련자들을 강하게 문책했다는 전언이다.

결국 열병식 지휘부에 위생방역 상무조로 파견된 중앙비상방역위원회 소속 방역 참모 5명은 무책임성을 보인 것으로 모두 철직됐으며, 무보수노동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열병식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 의진자가 나타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중앙당은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고 한다.

소식통은 “본래 이런 일이 벌어지면 원수님(김 위원장)의 신변안전과 건강에 심각한 저해를 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지적이 전혀 없었다”며 “그래서 평양시민들 속에서는 원수님과 간부들이 다 왁찐(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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