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회담 앞두고 본격 외교행보 채비

북핵 폐기 이행단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관련국들이 본격적으로 다시 움직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9.19 북핵 공동성명’ 타결 이후 각국은 달아오른 ‘엔진’을 식히며 회담 성과에 대한 내부 정리와 평가작업, 그리고 대내 홍보 등 여론 수렴에 주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한 5차 6자회담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은 이 달 중순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관련 외교 일정들이 서서히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이 달 중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차관보를 미국과 중국 등에 보내는 등 5차회담 이전에 능동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국과 협의할 것”이라며 사전협의에 시동을 걸었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내부 논의와 다른 나라와의 전화접촉 결과 등을 토대로 내주 정도면 여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잡기 시작해 어디로 갈 지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며 10월 중.하순 순방외교를 통해 회담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 대 약속’의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면 이번 사전 정지작업은 북핵폐기와 검증문제, 경수로 제공시점 등 ‘행동 대 행동’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의에 집중된다.

그 때문에 미측은 ‘행동 대 행동’ 단계의 첫 걸음인 북한의 핵시설 및 프로그램 폐기 대상 파악을 위해 북한 스스로 이를 사전에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공동성명 이행의 첫 조치는 누락없는 완전한 신고”라며 북한의 ‘자발적 협력’을 강조한 뒤 “그러면 미국도 상응 이행의무 조치를 절대적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현황을 사실상 불가능한 ‘이 잡듯이’ 뒤지는 것보다는 핵폐기라는 원칙에 북한도 사인을 한 만큼 북한 스스로가 공개해 이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행동 대 행동’ 단계로 넘어가자는 생각인 셈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이기도 한 ‘동시행동’ 원칙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아 보이지만 각 단계에 대한 동시행동의 구체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 장관이 이날 “관련국과의 협의에서 상호조율된 조치에 입각해 핵폐기와 상응조치를 중심으로 구체적 조치사항과 ‘연계구도’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그 연결고리를 찾는 데 관련국간 사전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반 장관은 “정부는 그 간 두차례 장관급 고위전략회의를 통해 차기회담을 대비해 면밀히 준비해왔다”고 말해 4차회담 당시 대북 중대제안 등으로 북미간 접점을 찾았듯이 이행단계에서도 ‘창의적 로드맵’을 마련 중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경수로 제공 시점을 두고 핵폐기 이전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과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이행 등을 거친 신뢰 확보 이후를 상정하고 있는 미국 등의 평행선을 연결하기란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모두의 눈길은 단연 힐 차관보의 방북 성사 여부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4차회담 성사 때처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별도 회동을 가질 가능성도 차선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어떤 경우든 한국, 중국, 일본 등과의 사전 조율을 거친 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동성명 도출의 ‘산파’ 노릇을 톡톡히 해온 중국의 또 다른 역할이 주목된다. 8이루터 닷새동안 방북하는 우이(吳儀) 부총리 일행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