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육성이 전국 13개 도·직할시·특별시 교육국(부)과 화상회의를 열고 올해 여름방학에 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전국 소학교(초등학교)는 8월 한 달간, 전국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와 대학은 8월 중순부터 보름간 정식 여름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정치국 확대회의가 끝난 이후에 교육부문에서 깜빠니아적으로 영상(모니터)과 모뎀, 까벨(케이블)을 가져다가 화상회의 체계를 구축하고 지난 19일 첫 개통 회의를 열었다”며 “교육성과 도 교육국들이 참가한 회의에서는 방학에 관한 지시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성은 전국 소학교 방학은 8월 1일부터 한 달간, 초·고급중학교 방학은 8월 중순부터 말까지 보름간 실시한다고 밝혔으며, 8월 30일은 전체 예비등교일로 정해 학생들의 개학 준비 상황을 점검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대학은 여름방학이 없는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8월 15일부터 일제히 방학에 들어갈 계획으로 현재 막바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앙대학들은 8월 13일까지 강의를 끝내고 학생들에게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라며 “방학 기간 고향으로 내려간 중앙대학 학생들은 평양에 8월 28일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올해 이례적으로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 학생들에게 ‘방학숙제장’을 나눠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전에는 교사가 “방학 동안 어느 교과서 몇 쪽을 풀어 오라”고 숙제를 내주면 학생들이 이를 받아적어 갔다가 숙제를 해오는 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방학숙제용 교재를 별도로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지금 도·시·군 출판소나 인쇄공장들이 방학숙제장을 찍어내고 있다”며 “방학숙제장은 학년별로 다 다른데 그 안에는 기본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육활동이나 자연과학활동들을 하고 그 결과나 소감을 적는 란도 있고, 일기를 쓰는 란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EBS 방학생활’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북한 교육성은 이번 여름방학에 대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내릴 것인지 대학별로 계획서를 올려보내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주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방학 과제를 내렸다면 올해는 특이하게 중앙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학들에서는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첫째 주까지 중앙에 과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의 학생들은 올해 여름방학에도 일종의 ‘꼬마계획’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해야 하는 각종 수매계획을 ‘좋은 일 하기 운동’이라고 이름 붙였으나 명칭만 다를 뿐 꼬마계획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미 청년동맹과 소년단에서 조직적으로 계획 과제가 내려왔다”며 “대체로 1인당 공병 2개, 파유리 1kg, 파지 1kg, 파철 3kg, 파늄(파알루미늄) 100g, 토끼가죽 1매, 가락장갑 1개, 벙어리장갑 5개씩 내야 하는데 이중 장갑들은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아예 명시됐다”고 말했다.
다만 토끼가죽 수매계획 과제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 상당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계획을 얼마나 잘했는지에 따라 성적증의 품행 평가가 갈리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학부형들 속에서는 여름에 토끼가죽을 벗기면 털이 다 빠지는데 위에서는 실정도 모르고 무작정 그냥 바치라고만 한다고 말이 많다”고 했다.
이밖에 학생들은 농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시기에 맞게 병해충 피해막이를 위한 벌레잡기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실제 학생들은 방학 기간 대벌레 등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해충들을 잡아 500ml짜리 유리 링거병에 가득 담아 바쳐야 한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일단 방학 전까지 1학기 진도는 다 나갈 것이기 때문에 보충수업을 할 필요가 없어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 숙제나 계획만 하면 된다”며 “작년에는 갑자기 온 코로나 때문에 진도를 못 나가서 난리였는데 올해는 어떻게든 진도를 보장하고 있어서 방학하느냐 마느냐 하는 혼란은 딱히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