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아도 장사·부업한다…北 경제 떠받치는 ‘관리된 시장’

북한 평양의 통일거리(현 락랑거리) 시장 입구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직장에서 받는 공식 월급은 한 달 약 (북한 돈) 3만 원입니다. 하지만 우리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식량을 마련하는 데만 대체로 80만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한 공장 노동자 A씨는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계산해 보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가족의 한 달 식비를 마련하려면 2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땔감과 전기, 교통비, 자녀 교육비, 의료비까지 더하면 공식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각종 단속이나 행정 문제를 처리하고 장사를 이어가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가계 부담은 더 커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A씨가 공장을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에서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국가 조직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이탈하거나 장기간 출근하지 않으면 무직자로 분류돼 단속이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A씨는 공장에 다니면서도 실제 생활비는 장사와 부업을 통해 마련한다고 했다. 공식적으로는 국가 공장의 노동자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소득은 직장 밖에서 얻는 셈이다.

최근 본보가 북한 내부의 일반 노동자와 상인, 돈주 등을 대상으로 생활 형편과 소득 구조를 파악한 결과, 이 같은 모습은 일부 개인에게만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공식 월급과 국가 공급이 주민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는 가운데, 장사와 부업, 외화 거래와 개인적인 경제활동이 주민 생계를 떠받치고 있었다.

월급은 소속 증명하는 상징적 소득…장사·부업이 실제 생계 책임져

주민들이 생활비 부족분을 메우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장사와 부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규모 물품 판매와 식품 가공, 운반, 수리, 삯일, 텃밭 농사 등 가능한 일을 찾아 수입을 보충한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형편이 나은 친척의 지원을 받거나 집안 물건을 팔고 빚을 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친척들도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지원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 상인들의 하루 매상은 품목과 장사 규모에 따라 약 2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이며, 실제 순수익은 매상의 15~20% 수준으로 전해졌다. 하루 매상이 10만 원이라도 물건을 들여오는 비용과 운송비, 장세 등을 제외하면 손에 남는 돈은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정도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이틀 정도 벌어들이는 수익이 노동자의 공식 월급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경우가 생긴다. 국가가 지급하는 한 달 월급보다 시장에서 며칠 버는 돈이 비슷한 기형적인 소득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북한 노동자에게 공식 월급은 생계를 책임지는 돈이라기보다 국가 직장에 소속돼 있음을 확인해 주는 상징적인 소득에 가깝다.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직장 월급이 아닌 장사와 부업이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장마당. /사진=데일리NK

당국도 시장 전면 차단하지 않아…등록·관리 통해 제도 안으로 흡수

다만 현재 북한 경제를 국가경제와 시장경제의 단순한 대립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내부 주민들은 북한 당국이 장사와 개인적인 경제활동을 무조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이 일정한 절차에 따라 등록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장사하거나, 기관과 기업소의 틀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사 자리와 활동 내용을 등록하고 각종 비용을 납부하면 당국의 관리 아래 시장 활동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시장에서 물건 팔려면 ‘품목검사표’ 게시해야…시장 통제 강화?)

이는 북한 당국 역시 주민들이 장사와 부업을 전면 차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가 공식 월급과 공급만으로 주민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 활동까지 전면적으로 막을 경우 생활 불안과 사회적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민 입장에서도 당국의 등록과 관리가 전적으로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을 통해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일정한 범위 안에서 비교적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시장을 관리하면서 장세와 각종 사용료, 세외부담 등을 확보한다. 주민들은 이러한 비용을 내는 대신 장사와 운송, 가공, 서비스업 등을 통해 실제 생활비를 벌어들인다. 시장 활동은 주민에게는 생존 수단이고, 당국에는 사회 통제와 재정 확보의 수단인 셈이다.

돈주나 개인 사업자들도 특정 기관이나 기업소에 소속돼 그 명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개인은 기관의 보호와 사업 공간을 이용하고, 기관은 개인이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일부를 계획분이나 상납금, 각종 비용의 형태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시장을 없애기보다 국가의 관리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의 자율성을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지만, 시장이 만들어내는 상품과 유통, 소득과 재원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상인 B씨는 “요즘은 직장과 장사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 이름을 걸어두고 장사나 부업을 하는 사람이 많고, 돈주들도 기관 명의를 빌려 사업하면서 일정한 돈을 바친다”면서 “기관은 돈과 물자를 얻고 개인은 사업할 수 있는 울타리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챗GPT, 정리=데일리NK AND센터

물품의 양과 운송 늘었지만 구매력은 제자리…회복 체감 못 해

최근 북한 시장에서는 상품 공급이 이전보다 다소 나아지고 모내기 동원이 끝난 뒤 손님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등 운송수단도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전기 자전거·오토바이 인기…거들떠보지도 않던 돈주들까지 찾아)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와 오토바이, 전기자전거는 상품과 사람을 나르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운송과 유통이 활발해지면 일반 주민들도 상품 접근성이 좋아지는 등 간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활동 증가가 전체 주민의 생활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A씨는 “겉으로는 건설도 많아지고 공장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총체적으로 생활이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면서 “예전보다 특별히 잘살게 됐다고 말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 주민 입장에서 보면 쌀과 옥수수, 식용유, 연료, 의약품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의 가격 부담이 여전히 크다. 특히 환율이 오르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 가격이 먼저 상승하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외화 수입이 있거나 외화를 보유한 계층은 환율 상승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돈주와 간부들도 당국의 단속과 처벌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운송·건설·가공 등을 통해 한 달 100~800달러를 벌고 있다는 돈주 C씨는 “장사를 허용한다고 해도 언제 어떤 문제를 걸어 단속할지 모르고, 잘못 걸리면 그동안 번 돈을 하루아침에 다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은 늘 있다”고 했다.

이어 C씨는 “정부는 시장을 완전히 막지 않고 등록과 비용 납부를 조건으로 장사하게 하고, 주민들은 그 틀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갈 길을 찾는다”면서 “누구나 이런 불안정한 관계가 끝나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 굳어진 방식이 쉽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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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