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일부 지역의 탈북민들 사이에서 ‘외국인 영구 거류 신분증’ 발급에 관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분 없이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이달 초부터 헤이룽장성을 시작으로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지의 탈북민들 사이에서 외국인 영구 거류 신분증 발급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은행이나 병원을 내 이름으로 떳떳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문의 근원과 사실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탈북민들이 모여 있는 위챗(WeChat) 단체 대화방에 ‘중화인민공화국 외국인 영구 거류 신분증’이라고 적힌 카드 사진까지 공유되면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외국인 영구 거류 신분증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구 거주 자격을 인정받은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신분증으로, 금융·의료·교통·통신·취업 등 일상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 내국인과 유사하게 신분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 내 탈북민들은 불법 체류자로 분류돼, 공안에 적발될 경우 언제든 강제북송될 위험을 안고 살아야 했다. 탈북민 여성이 중국인 남성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꾸리더라도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나 신분증을 얻을 방법이 없어 늘 단속의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신분 부재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일상생활 전반에도 극심한 제약을 초래하는데, 예컨대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자신의 명의로 개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또 합법적 취업이 막혀 별수 없이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종사하면서 임금을 떼여도 법적 피해 구제 요청이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의 출생신고 과정에서도 신분 부재에 따른 비극이 발생한다. 신분이 없는 탈북민 여성을 친모로 등록하기 어렵다 보니 일부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가출했거나 사망했다고 허위 신고한 뒤 중국인 아버지만 독자적으로 등록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영구 거류 신분증 발급 소문에 탈북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실정에 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강제북송이라는 상시적 불안과 공포 속에서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서러움이 투영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한 40대 탈북민은 “처음에는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위챗방에 올라온 신분증 실물 사진을 보고 기대를 품게 됐다”며 “중국에서 수년간 살았어도 신분이 없어 모든 것을 중국인 남편과 가족에게 의지해야 해 서러운 일이 많았는데, 이제 내 이름으로 된 은행카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떨린다”고 털어놨다.
헤이룽장성에 거주하는 또 다른 50대 탈북민은 “나이가 들면서 아픈 곳이 많아졌으나 신분이 없으면 알음알음 의사를 찾아가 치료해야 하고, 치료비도 부르는 게 값이라 큰돈을 들여야 한다”며 “영주 거류 신분증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정식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다만 소식통은 “탈북민들에게 신분증을 준다는 소문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돌았다가 사라지곤 했다”며 “이번 소문도 현재로서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한 만큼 실제로 외국인 영구 거류 신분증 발급받은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