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악기’로 설맞이 공연 준비…피리 배정받은 학생들 불만 표출

아코디언, 기타 등 핵심 악기는 특정 학생에게 돌아가…차별받았다 여긴 학생들 피리 거꾸로 불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4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지역인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새로 지은 학교에 피아노와 손풍금, 기타, 어은금, 가야금, 하모니카를 비롯한 악기들을 선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기 선물을 받은 양강도의 한 초급중학교(중학교) 학생들이 내년 설맞이 공연 준비를 위해 악기를 배정받았는데, 이중 피리를 배정받은 학생들이 거꾸로 불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형직군의 한 초급중학교는 내년 설맞이 공연에서 대규모 기악합주를 내놓을 계획으로 지난해 김 위원장이 보내준 선물악기를 학생들에게 배정해 방학 기간에도 매일 한 시간씩 교실에서 연습하도록 했다.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해 원수님(김 위원장)께 기쁨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지난해 이 학교에 전달된 악기는 손풍금(아코디언), 기타,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가야금, 소해금, 옥류금, 목금, 하모니카, 피리 등 모두 100대가 넘는다고 한다.

학교는 이 악기들로 최소 100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기악합주 공연을 준비 중인데, 이 공연에 참가하게 된 학생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서 배정된 악기를 받아 연습한 뒤 선물악기실에 다시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학생들이 합창에는 익숙하지만, 기악합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노래 가사를 외워 부르는 것과 악기를 직접 다루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연습을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학생별로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는지, 희망하는 악기가 무엇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정의 경제력에 따른 학교 내 보이지 않는 서열과 교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악기를 배정했다는 점이다.

선호도가 높고 대수도 많지 않은 아코디언, 기타 등은 주로 교장이나 음악교사의 눈에 든 학생들에게 돌아갔고, 담임교사조차 별달리 관심을 두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흔한 피리가 배정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손풍금이나 기타 같은 악기는 대중악기라 배워두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입대해서도 각종 예술소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다룰 줄 알면 속한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피리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 피리가 차례진(배정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리를 배정받은 일부 학생들은 악기를 거꾸로 들고 불거나 일부러 엉뚱한 소리를 내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악기 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차별받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선물악기를 활용한 설맞이 공연 준비가 학생들에게 악기를 배울 기회가 되는 것은 맞지만, 악기 배정을 둘러싸고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악기 연습에 참여하는 시간에는 학교가 요구하는 다른 동원, 예컨대 교내 청소나 건설 현장 자재 운반 작업에서 제외돼 피리를 받은 학생들의 불만도 시간이 흐를수록 사그라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이 전년도(2024년) 여름 수해를 입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지역에 새로 건설된 학교들에 악기를 선물했다고 전한 바 있다.

Previous article식량 사정 어려워 군심 흉흉한데 군량미 빼돌려…軍 간부 공개처형
Next article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 ‘영구 거류 신분증 발급설’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