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 사건’ 北 주민들 사이에 화제…“권력기관 전반 조사해야” 

뇌물 챙기고 세도 부리는 간부층에 대한 불만 누적…특정 인물 처벌에만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 나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온갖 반혁명적, 반사회주의적, 반인민적 행위들에 경종을 울리고 강도 높은 투쟁의 심화를 알리는 당·정·군 연합회의가 전날(10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그 측근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폭로됐고, 판결 발표와 형벌 선고도 이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정·군 연합회의에서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의 특대형 부정부패 행위가 공개적으로 폭로된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간부층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주민들 사이에서 박희철 사건이 매우 큰 화제”라며 “국가의 중요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재판을 받을 정도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주민들은 이번 일을 ‘박희철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주요 간부직에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받아먹었겠느냐”, “누릴 것은 다 누리고 부러울 것도 없었을 텐데 적당히 하지, 너무 도를 넘었나 보다”, “이제는 소생하기 글렀으니 짧고 굵게 산 셈”이라는 등의 말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짧고 굵게 살 것인가, 가늘고 길게 살 것인가’라는 뼈 있는 질문이 다시금 유행처럼 돌고 있다고 한다. 힘과 권력을 쥐고 수준 높은 생활을 누리다가 어느 한순간 처형되는 삶이 나은지, 힘도 권력도 없고 지지리 못 살아도 목숨만큼은 길게 이어가는 삶이 나은지를 두고 ‘밸런스 게임’하듯 의견을 나누며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운 주민들이 가난하게 오래 사느니 위험이 따르더라도 한때나마 부유하게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질문이 예전에도 돌았지만, 최근 박희철 사건으로 다시 주민들 입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은 대체로 ‘어쨌건 (박희철은)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산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여기에는 힘과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챙기고 세도를 부리는 간부층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직권을 남용해 사익을 챙기는 권력기관 간부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장사 허가나 이동 승인, 각종 검열과 단속 과정에서 권력기관 간부들에게 뇌물을 건네야만 불이익을 피하거나 문제를 원만히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자리잡혀 있다 보니, 이런 관행에 대한 불만은 자연스레 뇌물을 받아 챙겨 호의호식하는 간부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여기 혜산시만 놓고 보더라도 많은 간부들이 주민들에게서 이런저런 단속을 눈감아준다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아먹고, 국가 물자와 생산품을 빼돌려 이익을 챙기고, 간부사업권(인사권)을 악용해 친인척과 측근을 요직에 배치해 끼리끼리 잘 먹고 잘산다”며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주민들 속에서는 “이번 사건이 특정 인물에 대한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권력기관 전반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간부들부터 법과 규율을 지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면서 “권한을 가진 간부들의 직권남용, 뇌물수수, 부정축재를 이참에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간부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면 반짝 긴장 분위기가 감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이렇게 특정 사건이 있을 때면 간부들이 몸을 사리다가도 잠잠해지면 다시 비리를 저지르는 ‘도루메기’(도루묵) 현상이 이어졌다”며 “이번에 일이 터졌으니 간부들이 또 한동안 몸을 사리겠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비리 관행은 뿌리 뽑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주민들의 실망감만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문제는 간부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수록 뇌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 부담이 반영돼 뇌물 액수만 더 커진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건 이후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뇌물값이 또 오르겠네’라며 비꼬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Previous article전력난에 태양광 발전 꽂힌 北, 中 업체에 ‘일체형 ESS’ 주문
Next article“거머리 잡아 생활 보탤게요”…눈물샘 자극한 부모·자식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