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붉은청년근위대 입소 훈련을 받은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없는 살림에 쌀을 빌려 음식을 마련해 훈련소에 찾아온 어머니에게 “거마리(거머리)라도 잡아 생활에 보태겠다”고 말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2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 학생은 이달 초 훈련소에 입소해 일주일간의 합숙 군사훈련을 받았다.
고급중학교 2학년 학생은 누구나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붉은청년근위대 입소 훈련은 매년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데, 통상적으로 마지막 훈련 일정인 실탄 사격을 마치면 각 학생의 부모들이 직접 준비해 온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소식통은 “마지막 사격 훈련 일정이 끝나는 때에 부모들이 직접 음식을 싸 들고 찾아오면 훈련소에는 모처럼 명절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이때 부모가 오지 않은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와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거나 담임 교원이 받은 도시락을 나눠 먹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자리에서 형편이 좋은 집과 형편이 좋지 않은 집이 한눈에 구분되다 보니 학생들에게는 이날 부모가 올지, 어떤 음식을 가져올지가 가장 큰 관심이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모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자식이 뻘쭘해하거나 창피함을 느끼지 않도록 없는 살림에도 어떻게든 음식을 준비해 가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 부모는 쌀 1㎏을 빌려 가을에 2㎏로 갚는 고리대까지 감수하며 음식을 마련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학생 역시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에 실탄 사격 훈련 당일 어머니가 음식을 준비해 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어머니는 자식이 다른 친구들 앞에서 기가 죽을까 봐 주변에서 쌀을 빌려 밥과 반찬을 준비해 훈련소를 찾았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깜짝 놀란 이 학생은 어머니에게 “집에 쌀이 없는 것을 보고 훈련소에 왔기 때문에 엄마가 못 오면 동무들 보기 창피해 어쩌나 하고 훈련 내내 근심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가면 거마리(거머리)도 잡고, 나무를 해다 팔아서라도 생활에 보태겠다”고 말해 어머니를 울컥하게 했다. 양강도에서는 약재용으로 쓰이는 거머리를 잡아 중국에 넘겨 돈벌이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데, ‘거머리 잡아 생활에 보태겠다’는 말은 부모의 고초를 덜어주려는 자식의 효심에서 나온 말인 셈이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자식이 훈련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는 사실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삼켰고, 자식이 보인 반응을 주변 이웃들에게 토로하듯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가슴 아픈 사연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자식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겠냐”, “그런 자식을 보는 부모는 마음이 어땠겠느냐”라는 등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학생들이 부모가 가져온 음식을 먹는다고 마냥 좋아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학생들도 부모 못지않게 집안 형편이나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 지금의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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