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국이라더니”…女 축구 우승 소식에 北 주민들 보인 반응은?

주민들은 선수단이 한국에 가서 경기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우승 상금 두고서도 궁금증 터져 나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우리나라의 내고향팀이 2025~2026년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1위를 하고 영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해 우승했다는 소식이 북한 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북한 당국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선수단을 한국에 보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한국과 일본팀을 누르고 우승했다는 소식이 최근 회령시 주민들 속에서 화제”라며 “몇몇 주민들은 경기가 한국에서 열렸고, 우리 선수들이 한국에 가서 경기했다는 사실에 특히나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민족·통일 개념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대남 접촉과 교류가 모두 단절된 상태인데, 이번에 선수단의 방남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당국의 새로운 대남 노선과 맞지 않는 일로 받아들여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회령시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한국을 적대국이라고 하면서 왜 선수들을 보낸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한국에 가볼 수 있어 좋았겠다”라며 부러워하는 기색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축구를 하면 명예도 얻고 한국에도 가볼 수 있으니 이제라도 축구를 해야 하나”라는 등 농담 섞인 말을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2020년 이후부터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단속하고 처벌도 강화했지만,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며 “선수단이 우승했다는 것보다 한국에 갔다는 것에 주민들이 더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그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 여자축구단의 방남은 단순히 하나의 체육 행사를 넘어 이동의 자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갈망과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우승에 자부심을 느끼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여자축구만큼은 우리를 당할 나라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축구 선수들의 실력은 역시 최고다”, “남자축구는 경쟁력이 약하지만, 여자축구는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라며 성과를 추켜세우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반면에 “축구에서 우승한다고 우리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축구 우승이 무슨 대수냐”라는 등 이번 우승 소식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주민들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밖에 주민들 속에서는 우승 상금을 두고서도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주민들은 우승 상금의 액수는 물론 상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는데, 중국 휴대전화를 가지고 외부와 소통하는 이들을 통해 대북제재 때문에 상금이 바로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상금을 받든 못 받든 선수들에게 돌아가지는 못할 게 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국가에서도 상금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나라의 명예를 위해 선수들을 보냈을 것이고 선수들도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고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7일 베이징을 경유해 한국에 입국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일 한국의 수원FC 위민, 23일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연달아 꺾고 우승한 뒤 하루 만인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대표팀이 아닌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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