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서 길거리로 나온 주민들…자리 차지하려는 경쟁 격화

장세 부담에 매대 처분하거나 임대…길거리에서는 목 좋은 자리 앉으려고 신경전 벌이다 몸싸움까지

양강도 혜산시에서 메뚜기 장사 단속에 상인들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길거리 장사에 나서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격화하면서 노점상들 간 충돌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요즘 혜산시에서는 길거리나 골목에서 장사꾼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원래부터 앉아 있던 사람들은 자기 자리라고 주장하고, 새로 나온 사람들은 ‘네 자리 내 자리가 어디 있느냐’며 물러서지 않아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에서는 장마당 안에 매대를 보유하고 있던 일부 주민들이 매대를 아예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뒤 자신들은 시장 밖 길거리나 골목에서 장사를 이어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려면 장세를 내야 하는데, 장사가 잘되지 않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장세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매대를 처분하거나 임대해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민들은 그 대안으로 길거리 장사에 나서고 있다. 길거리 장사는 자리도 보장되지 않고 단속 위험도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당장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렇게 최근 새로 길거리 장사에 나선 주민들이 새벽부터 나와 자리를 맡으면서 오랫동안 길거리 장사를 해온 노점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오래 길거리 장사를 해온 이들은 사실상 자기 자리처럼 고정된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 새로 나온 장사꾼이 틀고 앉아 있으면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한다”며 “하지만 새로 나온 장사꾼들도 목 좋은 자리는 쉽게 비키지 않기 때문에 서로 신경전을 하다 결국에는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좋게 말하다가 나중에는 짐을 던지거나 머리끄덩이까지 잡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진다”면서 “규찰대가 달려오고 옆에 있던 다른 장사꾼들이 말려도 서로 죽어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악착같이 버텨 한동안 소란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5일 혜산시에 ‘도매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장마당에서 장사하다가 최근 길거리로 나온 A씨는 고정 자리가 아닌데도 기존 노점상들이 마치 자기 자리처럼 다른 사람들을 못 앉게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날 새벽 일찍 먼저 나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평소 그 자리에 앉던 노점상 B씨가 나타나 “일어나라”고 요구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서로의 얼굴에 상처가 날 정도로 격해진 두 사람의 싸움은 주변에서 모두 달라붙어 뜯어말리면서 겨우 진정됐다고 한다. 이들은 “먹고살겠다고 새벽부터 나온 사람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며 “서로 자리를 조금씩 양보하라”는 주변 노점상들의 중재를 받아들여 이후 자리를 나눠서 장사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장사하러 나오는 사람들 모두 가족을 먹여 살리느냐 굶기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남의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래도 단속이 덜한 편이라서 그렇지, 단속이 심할 때는 자리도 지켜야 하고 단속도 피해야 해 길거리 장사꾼들은 하루 종일 전쟁터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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