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장가가기 어렵다”…20대 北 여성들 ‘경제력’ 중시

혼자서 고생하지 않겠다는 생각 강해…안정적 직업·경제력 조건 갖추지 않으면 아예 연애도 안 해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최근 북한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남성의 직업은 물론 경제력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남성이 경제적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더라도 결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결혼 상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금 평성시 2000년대생 여자들은 결혼 상대의 경제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이런 인식이 이미 퍼져 젊은 남자들은 물론 그 부모들 사이에서도 ‘돈이 없으면 장가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장마당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에 나서면서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이 경제 주체가 되면서 결혼할 상대가 경제력이 없어도 여성 측이 혼수 대부분을 맡고, 남성은 사실상 맨몸으로 장가가는 사례도 흔했다.

즉, 여성은 장마당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남성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남성이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도 직장만 갖추고 있으면 결혼 상대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여성이 일정한 나이가 됐는데도 결혼하지 않으면 노처녀로 손가락질을 받거나 무시당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팽배했다. 이에 남성을 일종의 ‘사회적 울타리’로 여겨 경제적으로 부양 능력이 부족해도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젊은 여성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소식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가 돈이 없어도 장가도 갔고 가정도 꾸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자가 혼자 벌어 가정의 생계를 꾸려야 할 형편이라면 그런 남자는 처음부터 결혼 상대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평성시의 20대 여성들은 남성의 안정적인 직업뿐만 아니라 경제력도 중요한 결혼 조건으로 보고 있다. 두 조건 모두 충족되지 않은 남성은 결혼 상대로 선택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요즘 젊은 여자들은 경제력도 없고 먹을 알이 없는 직업을 가진 남자들과는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오죽하면 ‘돈 없으면 장가가기 어렵다’, ‘노총각으로 늙어야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겠느냐”고 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진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생 청년들은 국가의 배급을 기대하기보다 장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부모들을 보고 자랐으며, 특히 여성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 당연시돼 온 현실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현재 젊은 여성들은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생계 부담을 혼자 떠안기보다 남성들에게도 책임을 요구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조건이 맞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식통은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왜 여자만 죽어라 고생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느냐’는 생각을 품고 있다”면서 “돈벌이도 어렵고 생활도 빠듯하다 보니 경제적 기반이 없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겠다, 이제는 혼자서 고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돈이 없어 장가가지 못하는 남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래서인지 요새는 젊은 남자들도 결혼하려면 경제력이나 먹고살 만한 직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돈벌이나 실속 있는 직업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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