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의 장마당 상인들이 장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가발·속눈썹 제작 등 부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장마당을 가족의 생계를 떠받치는 ‘밥줄’로 여겨 매대만큼은 끝까지 팔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전언이다.
1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는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가발과 속눈썹, 초물모자 제작 일에 나서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장마당 장사꾼들도 장마당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제작 일을 하며 조금이라도 생계비를 보태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에는 가발, 속눈썹, 초물모자, 수공예품 등을 만드는 부업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장마당 벌이만으로는 식량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장마당 상인들까지 이 일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제작 단가가 약간 상승한 게 부업 수요가 높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속눈썹 100개를 만들면 두께에 따라 3000원에서 5000원 정도를 받았지만, 현재는 같은 양이면 5000원에서 1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현재 쌀값을 비롯한 물가가 크게 올라 받는 돈이 늘어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예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심정으로 제작 부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요즘 장마당 장사꾼들은 하루에 정말 잘 벌어야 쌀 1㎏을 살 수 있는 돈을 벌고 보통은 강냉이(옥수수) 500g을 겨우 살 수 있는 돈을 번다”면서 “마수걸이 못 하는 날도 닷새에 한 번꼴이라 장마당 벌이만으로 살기 힘든데, 그 속에서 부업이라도 해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조금이라도 돈 벌 일이면 밤을 새워서라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혜산시의 50대 주민 A씨는 몇 달 전 병으로 사망한 동생의 자녀를 돌보면서 장마당 장사도 하고 조카와 함께 가발과 속눈썹을 제작하는 부업도 병행하고 있다. 소식통은 “조카를 꽃제비처럼 떠돌게 할 수 없어 데려온 것이지만, 본인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형편이라 조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제작 일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마당 상인들이 장사로 생계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부업에 뛰어들고, 심지어 일부는 자녀들까지 부업에 참여시키는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장마당을 쉽게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 장마당 매대를 놓는 순간 그동안 가족을 먹여 살려온 삶의 기반을 잃는다는 생각 때문에 매대는 끝까지 고수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A씨 역시 마수걸이조차 하지 못하는 날이면 매대를 팔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30년 가까이 생계의 기반이 된 장마당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장마당은 배급이 끊긴 뒤에도 굶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준 공간이었기 때문에 장사꾼들에게 매대는 단순한 장사 자리가 아니라 삶을 지탱해 온 기반으로 여겨진다”면서 “이 때문에 A씨뿐만 아니라 장사꾼들 대부분이 부업을 병행하면서 매대만큼은 계속 지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지금은 가발·속눈썹 제작 일이 장사꾼들의 생계에 그나마 보탬이 되는 형편”이라며 “장마당은 이제 생계유지조차 힘든 공간으로 변했지만, 장사꾼들은 한때 가족을 먹여 살렸던 장마당의 기억 때문에 장사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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