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제 도입에 따른 교사 재배치 진통…“차라리 해임되겠다”

가뜩이나 교사 부족한데 변두리 학교로의 전근 극히 거부하는 교사들…전문성 부족도 큰 문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신의주시 채하소학교를 조명하며 “교원들이 교육 조건과 환경을 일신(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올해부터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선택과목제’를 전격 도입했으나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 재배치, 전문성 부족 문제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시 송평구역의 한 고급중학교 영어 교원이 구역 변두리 학교로 가라는 조동(전근) 지시를 받자 ‘차라리 해임되겠다’며 반발했다가 이달 초 열린 학교 교원회의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교육 당국은 고급중학교 선택과목제 시행에 발맞춰 전공 과목별 교사를 확보하고 학교 간 교사들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규모가 작은 학교의 경우 수학 교사가 물리 과목까지 맡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전공 과목이 세분화되면서 이제는 세부 과목별 담당 교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고급중학교 과목은 크게 사회분과(혁명역사·음악·체육), 수학분과(수학·물리), 생화분과(생물·화학), 국어분과(국어·외국어) 등으로 나뉘어 있다”면서 “지금은 혁명역사 교원들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 가장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고, 심화 교육이 필요한 수학분과와 생화분과 교원들은 다른 학교로 가게 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지금 재배치 대상 학교들이 대개 시내와 떨어져 있거나 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들이다 보니 교사들 모두가 전근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교원들은 한 학교에 한 번 배치를 받으면 결혼이나 이사를 하지 않는 한 연로보장자(정년퇴직자)가 될 때까지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특히 중심지 학교에서 여건이 열악한 농촌이나 변두리 학교로 가야 한다면 교원들의 거부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선택과목제를 시행하려면 교원 조동이 불가피한데, 농촌이나 변두리 학교로 보내려고 하면 차라리 해임되겠다는 교원이 많다”며 “전공 과목이 세분화돼 오히려 교원을 더 보충해야 하는 상황인데, 해임되겠다고 하니 교육부도 매우 난감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사들의 전문성 부족 또한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공 과목 세분화로 고도의 전문성과 실험·실습 교육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 ‘교원 강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교육 당국 차원에서도 이에 고심이 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에서 교원 강습은 매 방학 기간 약 열흘간 실시되는 정기 강습과 교육 내용 변경이나 교수 방법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대략 2~3년에 한 번) 약 한 달간 진행되는 비정기적인 강습이 있다.

이런 강습은 모두 교사의 역량 강화를 내걸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단기 강습만으로는 선택과목제로 세분화된 전공 과목을 막힘없이 가르칠 교사들의 전문성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냉철한 평가가 나온다.

결국 선택과목제의 목표와 추진 속도가 교육 현장의 현실과 괴리를 보이면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혼란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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