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물 80% 국가에 바쳐야…어획철에도 웃지 못하는 어민들

"잡은 수산물 장마당에 내다 팔아 목돈 마련하던 것도 옛말"…수익성 떨어져 생계 어려움 호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12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도 평양시민들에게 수천t의 물고기를 보내는 뜨거운 은정을 베풀었다며 “위민헌신의 세계가 그대로 비껴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일대에서 바다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이 어획물 대부분을 국가에 넘겨야 하는 구조 속에서 어업 활동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어획철에도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청진 룡암수산사업소에 등록돼 있는 개인 어선들이 최근 낙지(오징어)철을 맞아 새벽 조업에 나서고 있는데, 어획물의 80%를 사업소에 의무적으로 바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극히 적어 어획철에도 생계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국가에 등록된 배는 철저히 국가 계획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는 방침 하에 수산사업소에 등록된 개인 어선들의 어획물 상당량을 국가계획분으로 흡수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획물을 일부만 바쳐도 됐지만, 지금은 대부분을 국가에 넘겨야 하다 보니 어민들이 어획물로 수익을 내기는커녕 생계를 유지하기도 버거워졌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어민들 사이에서는 “국가 계획만 강조되고 정작 주민들의 생계 문제는 외면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어획철에 잡은 수산물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던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특히 낙지는 크기에 따라 장마당 가격 차이가 큰데, 사업소에서 크기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가져가면 더더욱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몫을 챙기려다 선주와 선원들 간에 갈등을 빚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배를 띄우는 데 드는 각종 비용까지 모두 생각해 더 챙기려는 선주들과 새벽 2~3시에 나가 아침까지 작업해도 손에 쥐는 양은 낙지 5마리도 안 되는 선원들 간 다툼이 잦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업 활동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업으로 바다에 나서던 주민들의 수도 점차 줄고 있다. 청진시와 같이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어획철이면 직장에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부업 형태로 어업 활동에 나서는, 이른바 ‘8·3벌이’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익이 워낙 적어 어업 활동으로 8·3벌이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어획물 상납 비율이 80%까지 오른 것은 수산 분야에 제시된 국가계획분이 확대된 것도 있지만, 북한 당국이 유통 전반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강화하며 수산물 공급 구조를 국가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흐름과도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현재 수산물뿐만 아니라 곡물, 식료품 등 전반적인 자원에 대해 국가 중심 공급 체계를 강조하며 시장 유통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장마당으로 유입되는 수산물 물량과 종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정작 공식 유통망인 국영상점을 통해 수산물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국영상점을 통해 수산물이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주민들은 ‘상점에 수산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국가가 수산물을 더 많이 거둬들인 이후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수산물 공급 물량은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결국 국가의 통제 강화가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주민 식생활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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