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감모’ 내세워 알곡 빼돌린 양곡관리소 일꾼들 공개 체포

장부 조작·이중 회계로 강냉이 수십 톤 유출해 사익 챙겨…주민들, 간부들의 고질적 도둑질에 치 떨어

2025년 10월 최룡해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평안남도 평성시 양곡관리소를 현지지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안남도 양덕군에서 양곡관리소 양정일꾼 2명이 공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지난 1년간 장부를 조작해 수십 톤에 달하는 강냉이(옥수수)를 빼돌린 뒤 장마당 돈주들과 결탁해 사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지 주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 4일 양덕군 양곡관리소에서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정일꾼 2명이 검찰소 수사관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져 끌려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며 “국가 식량을 관리하던 이들이 조직적으로 알곡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체포된 이들은 해당 양곡관리소의 부기지도원과 양정지도원으로, 이들은 지난 1년간 치밀하게 장부를 조작하고 보관 중인 강냉이(옥수수) 수십 톤을 빼돌려 장마당에 넘기는 과정에서 돈주들과 결탁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양곡관리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신고로 드러나게 됐다. 일부 직원들은 양덕군 주민들의 목숨줄과도 같은 국가 식량을 조직적으로 약탈하는 범죄 행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중앙당에 신소했고, 이후 군 검찰소와 안전부가 합동 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4일 오전 군 검찰소 수사관들과 안전부 안전원들이 탄 대형 차량이 양곡관리소 마당으로 들어섰다”며 “이내 이들은 전 직원을 강당 앞으로 집합시킨 뒤 부기지도원과 양정지도원의 혐의를 낭독하고 현장에서 즉각 구속영장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밝혀진 데 따르면, 부기지도원은 양곡 입출고 회계 장부의 숫자를 임의로 줄이거나 이중장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수십 톤의 옥수수를 조직적으로 빼돌렸다. 양정지도원은 이를 묵인하면서 장부상 수치가 맞지 않는 부분을 하급 관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상급 기관을 교묘하게 속이며 횡령에 깊숙이 가담했다.

이들이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핵심 수법은 이른바 ‘수분 감모’(자연 감소) 조절이었다고 한다. 창고에 보관된 곡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증발해 자연스럽게 무게가 줄어드는데, 이들은 이 점을 악용해 실제보다 감모율을 훨씬 높게 책정해 장부에 기록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들은 실제 감모율과 거짓 감모율의 차액에 해당하는 양의 알곡을 밤중에 창고 뒷문으로 몰래 빼돌려 장마당에 넘겼다”며 “수십 톤에 달하는 강냉이가 이런 식으로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된 부기지도원과 양정지도원의 수법은 국가의 식량 관리 허점을 파고든 그야말로 지능적이고 악랄한 약탈 행위로 낙인됐고, 사건의 엄중함을 보여주듯 체포 과정은 신속하고 강압적으로 진행됐다.

현장에 모인 직원들은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혀를 내두르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체포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한편, 이번 사건이 현지 주민 사회에도 소문으로 퍼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한 비난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강냉이 가루 한 홉이 없어 굶주릴 때 나라의 식량을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자들이 수분 감모 핑계를 대며 배를 불리고 있었다”며 “즉각 처형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배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주민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결국 간부들의 고질적인 도둑질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치를 떨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가 식량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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