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생존 위기, 환율 상승만의 영향인가? 정부의 책임은?

2018년 11월에 촬영된 나진시장 내부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시장에서 심각한 외화 환율 상승과 물가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고는 한층 깊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필수 식량조차 안정적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생존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안남도 평성시 옥전시장 등 주요 시장에서는 달러 환율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데일리NK가 2026년 4월 조사한 시장물가 조사에서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7만원을 넘어섰고, 쌀 가격 역시 1㎏당 3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가 본격화된 이후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쌀만이 아니다. 옥수수, 식용유, 설탕, 연료 등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품목의 가격도 함께 뛰고 있다.

물가는 2~3배 이상 오른 반면, 주민들의 명목소득은 이에 맞춰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주민들이 실제로 살 수 있는 식량과 생필품의 양, 즉 실질 구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생활비 부담을 넘어, 취약 계층에게는 곧바로 식량 부족과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덕천, 맹산, 북창, 개천 등을 중심으로 하루 한 끼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절량세대가 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까지 커지면서, 주민들은 현금 대신 쌀이나 외화 같은 실물 자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첫째, 북한 당국의 자력갱생 노선이 시장 공급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내부 생산만으로 주민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시장의 자율적 유통과 민간 상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북한 시장은 물자 부족과 가격 상승의 압박을 받게 된다.

둘째, 외화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 심리가 환율 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달러나 위안화, 또는 쌀과 같은 실물 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개인의 외화 사용과 환전 행위를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단속은 겉으로는 외화 유통을 통제하는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시장 환율에 위험 프리미엄을 붙이는 결과를 낳는다. 환전상이 단속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환율은 더 높아지고, 주민들은 다시 원화를 더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통화 공급 확대도 중요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전략보고서 「찻잔 속의 태풍인가, 경제적 쓰나미인가: 최근 북한 시장 환율 및 물가 폭등의 원인과 전망」에 따르면, 북한 시장의 원·달러 환율과 주요 물가는 2024년 1분기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통화 증발’, 즉 과도한 화폐 발행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이 지적됐다. 국방력 강화와 대규모 국가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한 생산 증가 없이 화폐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 시장에는 더 많은 돈이 풀리지만 물자는 늘지 않는다. 이 경우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북한의 물가 폭등은 단순히 환율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환율 상승이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 부족, 무역 불안, 외화 통제, 시장 억제, 통화 관리 실패가 한꺼번에 겹친 데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생존 위기는 경제 구조의 취약성과 정부 정책 실패가 결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방도는 무엇인가. 핵심은 시장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오랫동안 시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국가 배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장사와 운송, 환전, 소규모 생산, 수입품 유통 등을 통해 스스로 삶을 지탱해 왔다. 그런데 당국이 이를 단속하고 억누를수록 물자는 숨고, 거래 비용은 올라가며, 가격은 더 불안정해진다. 시장을 억제한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급이 줄고 불확실성이 커져 주민 부담만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 생활 안정을 말하려면, 주민들이 무엇을 사고팔지, 어떤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할지, 어떤 화폐를 사용할지를 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화 사용을 무조건 범죄시하고, 환전과 유통을 단속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주민들의 자율적 경제활동을 인정하고, 물자 유통을 원활하게 하며, 통화와 가격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민을 위한다는 말은 구호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굶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으며,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증명된다. 지금 북한 경제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와 시장의 숨통을 열어주는 정책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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