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금위원이야” 한마디에 10호 초소 검열원 조동…뒷말 무성

'김일성·김정일 기금' 위원인 조선족 중국인과 마찰 빚어…주민들 “권력의 무서움 다시 한번 실감”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 도로 위 정차 중인 북한 차량.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 대북 투자를 타진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조사에 나선 한 조선족 투자자와 충돌한 10호 초소 검열원이 조동(직무 이동)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무성한 뒷말이 흘러나왔다는 전언이다.

27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황해남도 일대 수산업 부문 투자를 위해 현지 조사를 진행하던 조선족 출신 중국인 A씨가 이동 과정에서 한 10호 초소 검열원과 마찰을 빚었다.

A씨는 이 검열원이 현지 주민들을 마치 죄인 취급하며 거칠게 통제·단속하는 모습을 보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검열원이 “당신이 뭔데 간섭하느냐”며 불쾌감을 표하면서 서로 간에 감정이 격화됐다.

검열원이 거친 말을 쓰며 위협적으로 나와 분위기가 험악해지던 찰나, A씨가 자신의 신분을 ‘김일성·김정일 기금 위원’이라고 밝히자 일순간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위세 등등하던 검열원이 A씨의 해당 발언 이후 즉각 저자세를 취하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직접 목격하게 됐고, 이에 이 사건이 소문으로 지역 사회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무엇보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해당 검열원이 조동 조치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문책성 처벌을 받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 기금 위원은 해마다 수십만 위안씩 바치는 사람이라는데, 그런 사람한테 걸려들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냐”, “평소 주민들 위에 군림하며 무소불위처럼 행동하던 검열원이 한순간에 그렇게 되는 것을 보니 권력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일성·김정일 기금 위원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김일성·김정일 기금이 외화로 모금된 기금이며, 일정 수준 이상 기금을 낸 사람은 국가로부터 특수한 지위를 부여받는다는 점이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각인됐다”고 했다.

결국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북한 당국이 부여한 직함만 있다면 북한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례로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이는 북한 내 비공식적인 권력 서열이 체제 내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으며, 통치 자금 확보에 기여한 개인의 영향력이 공권력을 압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주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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