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보위부·안전부 등 법기관 종사자들에게 3개월 분량의 식량이 배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주민들 사이에 부러움 섞인 반응이 쏟아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복잡한 처지에 놓여 마냥 반가워하지만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4·15(김일성 생일)를 계기로 함흥시 보위부와 안전부 등 법기관 종사자들에게 3개월 치 식량이 배급됐다”며 “이번에는 가족 몫까지 포함해 순 현미로 배급돼 주민들 사이에서 ‘역시 법기관은 다르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배급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지만, 평양시와 당 및 법기관 종사자들에게는 여전히 배급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가족 구성원 몫까지 모두 내려져야 하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본인 몫만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 평상시에는 강냉이(옥수수)가 섞여 배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족분까지 모두 합쳐 순수 현미로 지급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배급은 김일성 생일인 4·15를 맞아 체제 유지에 핵심이 되는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우대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법기관 종사자들과 가족들에게 석 달 치 식량이 한꺼번에 배급되니 부러움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식량을 받은 법기관 가족들은 그 배급에만 의존해 살아야 하는 처지라 나름의 걱정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배급을 받은 당사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석 달 치가 배급됐다고는 하지만 쌀 껍질을 벗겨내는 도정 과정에서 ‘감모’가 발생해 실제 먹을 수 있는 양은 두 달 치 분량에 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주민 단속 과정에서 챙기는 뇌물로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고, 가족들 역시 법기관의 권세를 등에 업고 장사를 하며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기관 종사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가족의 경제 활동도 엄격히 통제되면서 배급 외 부수적인 수입이 줄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상급에 바쳐야 하는 상납금 액수가 높아진 것도 법기관 종사자들에게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에게 뇌물을 받아 챙겨도 상납금으로 쓰다 보면 과거처럼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정도는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고이는(바치는) 뇌물 액수가 몇 배로 뛰었지만, 그만큼 법기관 종사자들이 상급에 바쳐야 할 몫도 늘었다”며 “결국 뇌물로는 본인 체면을 유지하는 수준일 뿐, 가족 생계까지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배급 외 수입원이 줄어들고 생활적 여유가 부족해지자, 역설적으로 법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직권 남용을 통한 ‘사적 수입’에 더욱 매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배급마저 끊기면 생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은 오히려 이들을 더욱 부정부패로 내몰고 있다”며 “지금의 지위와 혜택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힘이 있을 때 한 몫 챙겨둬야 한다는 인식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